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과 믿음] 예수의 밤샘기도(눅6:12-13)-동행받는 동행자 임마누엘

기독교는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사7:14, 마1:23)을 믿고 고백한다. 이러한 신앙은 신이 창조한 후에 세상이 스스로 운행되게끔 내버려 둔다고 믿는 이신론(Deism)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교회에서 우리와함께 하신다! 특히 예수께서는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 있을 것을 약속하셨다(마28:20).

그런데 이 "동행하는" 예수는 또한 "동행 받는 자"이기도 하다. 이것이 기독교의 신비다. 예수께서 어부 시몬과 안드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하시면서 제자로 부르셨을 때, 해변을 다니다가 느닷없이 그들을 불렀다고 마태 마가는 전하지만, 누가는 예수께서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신적 권위"를 보여준 후에 "네가 사람을 취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시몬을 제자로 부르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선택하셨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 또한 예수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만남의 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경험을 근거로 예수를 쫓을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상호적인 살아있는 관계를 허용하셨다. 마태와 마가의 이야기는 직관적이고 일방적인데 반해서, 누가는 예수와 시몬의 상호적인 교류를 전제로 하고 나서 "부르심"의 일방적인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누가는 또한 예수께서 열 두 제자들을 선택하시기 전에 밤새도록 하나님께 기도하셨다고 전한다(눅6:12). "밤새다"는 이 단어는 신약에서 딱 한번 여기서 등장한다. 누가는 예수의 "밤샘기도"를 무척 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가 밝자 제자들을 모아서, 그 중에 열 둘을 택해서 사도라고 부르셨다(눅 6:13). 밤샘기도의 구체적인 기도제목이 "제자선정"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제자를 선정하기 위해서 밤샘기도를 하는 선생이 과연 있을까? 교수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필자는 이 대목에서 늘 가슴을 쓸어내린다. 예수는 왜 그랬을까? 왜 그토록 간절히, 밤새도록 제자들을 선택하는 것을 놓고 하나님께 기도했을까?.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을 약속하신 예수의 거룩한 선포는 이렇게 (1)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는 것을 통해서 시작되었다.그리고 (2) 사도들을 택하심으로써, 사도들이 예수와 동행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이 역동적, 인격적 관계가 기독교의 신비다. 인간은 힘과 권력을 가지면 홀로 타자 위에서 군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된 예수(골1:16), 자신의 삶과 죽음과 부활로 만물을 자신에게로 다 모으고 회복시키는 예수(엡1:10), 바로 그 전능한 예수는 인간과 동행하기 위해서 친히 인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자리, 인간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이 예수와 동행하는, 따라서 동행받는 동행자 임마누엘이다.

헨드리쿠스 뻴콥은 기독교의 하나님의 능력은 "자신을 방어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강한 능력(defenseless superior power)"이라고 불렀다.쉽게 표현하자면, "자신을 배반할 수 없는 피조물을 짓는 자" 보다는 "자신을 배반할 수도 있는 피조물을 짓는 자"의 능력이 더 탁월하다는이치다. 삼위 하나님 모두 이런 역설적 능력을 보여주시지만 예수의 "동행받는 동행"은 바로 이런 신비의 핵심이며, 그 신비의 성격을 또한드러낸다. 단순히 방어하지 않는 수동적인 면이 아니라, 바로 우리와 동행하는 적극적인 일에 있어서, 예수는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어 하나님/타자를 초청하면서 그들과 살아있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

예수의 밤샘기도는 하나님을 향하며 인간을 품는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