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 론] 한국 정치에 필요한 간디 정신

마하트마 간디는 아힘사(불살생, 무상해)와 사티아그라하(진리의 추구)라는 두 개의 사상적 무기로 인도를 이끌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비폭력저항운동을 벌여 거대한 인도를 하나로 묶었고, 영국이라는 당시 최강의 제국주의와 싸워 독립을 쟁취했다.

간디는 수 없는 투옥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11차례나 장기 옥중단식을 결행한 바 있으며, 불가촉 천민도 함께하는 공동체, 아슈람을 근거지로 삼아 물레를 저으며 납세거부와 취업거부, 상품불매 운동 등의 저항을 지휘했다.

소금세 인상을 반대하며 6만여 명을 이끌고 23일 동안 360 Km를 행진하는 길고 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간디는 "폭력으로 얻은 일시적 승리는 패배와 같다"고 외쳐댔다.

간디가 일구었던 저항의 생애는 단순한 독립운동이 아니었다. 아힘사와 사티아그라하로 빚어낸 비폭력 저항운동은 독립정신 이상의 깊음과 용기를 세계에 남겼다. 자신의 종교 힌두교와 기독교, 톨스토이즘, 사르트르, 소로우 등의 정신적 영감으로 형성된 고귀한 철학과 신념의 결정체였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를 통해서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는 예수의 설파를 읽고 비폭력을 확인했고,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크리슈나 어록에서 "행위의 결과를 보지 말고 오직 의무를 생각하라"는 실천의 원칙을 배웠다.

간디의 리더십은 유창한 언변이나 그럴듯한 외모가 아니라 오직 진실을 향한 순수한 열망에서 우러나온 힘이었다. 종교인보다 더 계율을 지켰고, 실천하기 힘든 비폭력, 비문명적 방식으로 진리를 구현하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가진 것은 물레와 두 장의 담요, 허리 감개 한 장, 힌두교 경전, 몇 권의 책이 전부인 무소유주의자 간디는 연설과 칼럼, 시위의 앞장 등으로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인도의 국부 간디를 오늘 회상하는 이유는 한국의 현실이 너무도 암울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민생은 고통스럽다. 북핵은 여전히 으스스하고, 주변정세는 한반도 상공 위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외교는 구한말 고종시대처럼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반세기 동안 국운을 일으킨 욱일승천과 번영의 기세는 꺾이고, 분명히 나라가 국운의 변곡점에 서 있는 형국이다. 이런 판국에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인들은 진영 이기주의와 선거에만 골몰하고 있다. 암흑의 시대에 잠겨 있던 방대한 인도를 깨우고, 독립과 희망의 광채를 들어올린 간디의 지도력이 새삼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가 후진적이고, 저속하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불신의 저변에 정치적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개개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 공동체의 이해는 헌신짝처럼 등한시하고, 정치세력은 집단이기와 진영논리를 위해 국가와 사회를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물론 간디의 상황과 오늘의 한국은 판연히 다르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보는 지도자의 경륜과 진리를 품는 자세, 자신과 진영을 관리하는 겸손은 다를 바가 없다. 지도자의 비젼에 따라 국운이 좌우된다는 원리도 동일한 것이다.

모든 사람을 가르지 않고 하나로 알며, 잘못을 철저히 반성함으로써 진실에 다가가고자 부단히 고뇌한 간디의 체취가 오늘 한국에서 뼈저리게 느껴진다.


송장길 / 언론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