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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가을의 문턱에서

무덥던 날이 어제였는데 이제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합니다. 뉴욕 근교 베어마운틴(Bear Mountain)에는 벌써 단풍 든 나무가 한 둘 보입니다. 세월이 빠름을 실감함과 동시에 가을이 성큼 다가 온 느낌입니다. 가을이 오면 우선 생각나는 한자가 있습니다. 가을 추(秋) 자 입니다. 추 자는 벼 화(禾)와 불 화(火)를 합친 합성어 입니다. 가을 햇볕은 따가워 불과 같고 그 따가움 속에서 벼가 익어 갑니다. 벼가 불을 만나 익어 가니 가을입니다. 가을 햇빛 속에서 우리도 성숙하게 익어 가기를 바랍니다. 소설가 정연희 씨는 옥고를 치르고 난 후 "성숙하지 못 한 것은 죄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가을 하면 결실의 풍요함도 있지만 쓸쓸함도 있습니다. 여름의 뜨겁던 정열이 저물어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수심 어린 여인의 모습도 떠 오릅니다. 근심을 뜻하는 한자 수(愁)에는 가을 추(秋)가 들어가 있습니다. 근심 수 자는 가을 추(秋)와 마음 심(心)의 합성어 입니다. 직역하면 가을의 마음은 근심이다. 이렇게 됩니다. 한 줄의 시 같습니다. 그럼 왜 가을의 마음이 근심일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는데 그러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낼까 걱정하며 근심하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겨울은 꼭 계절로서의 겨울만은 아니겠지요. 어려움, 고난, 역경 등을 에둘러 겨울로 표현한 것 이겠지요. 최근 한 심리학자의 연구 발표가 있었습니다. 근심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분석 했습니다. 그런데 그 근심 걱정 중 97%가 미래를 예상한 것 또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근심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가을에 지금의 풍성한 결실을 감사하지 못 하고 미래인 겨울을 근심 하는 마음. 부질 없는 마음입니다. 그 겨울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계절의 겨울도 오며 생활 속에서의 겨울도 오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미리 당기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계절 가을 중에서도 초가을 9월 입니다. 민족 최대 가절인 추석이 13일 금요일 입니다. 추석(秋夕) 가을 저녁입니다. 한가위라고도 하고 8월 대보름 이라고도 합니다. 추수를 마치고 가족이 둘러 앉아 송편과 토란국을 먹으며 보름달을 봅니다. 일년 중 가장 즐거운 날 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각 납니다.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합니다. 여기에 사는 우리는 머리를 서쪽을 향하게 됩니다. 이것을 한문으로 수구지심(首丘之心) 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여우가 머리를 자기가 태어난 언덕을 향하고 죽는다는 말인데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 하고 잊지 못하는 말로 쓰입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가을 문턱에 서서 겨울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건너 뛰고 봄을 생각해 봅니다. 결실의 가을에 소생의 봄을 생각하며 봄꿈을 꾸어 봅니다. 우리 모두 즐겁고 몸과 마음이 함께 익어 가는 가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강민 /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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