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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나 또 들어왔어!"

지난 6월, 교도소의 소그룹용 채플에서 10여 명이 모여 말씀, 간증, 찬양을 하던 중이었다. 보통 작은 채플에는 문을 열어 놓아서 교도관, 재소자들이 왕래하며 서로 들여다 보고 눈 인사를 하기도 한다. 복도에서 교도관이 큰소리로 하는 지시 사항이나 이에 대한 재소자의 대답 같은 것이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쇠사슬이 복도 바닥에 끌리면서 교도관이 재소자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하여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상 있는 일이지만, 조금 후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내가 있는 방문 앞에 멈추는 것이다. 방 앞에 재소자 이동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반사적으로 문 밖을 보니 한 재소자가 쇠사슬을 허리, 손, 발목에 걸치고 서서 나를 건너다 보며 웃고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폴(가명)이다. 같은 재소자를 이곳저곳 교도소에서 자주 만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이 형제는 자주 만나서 서로 기도의 제목과 간증을 나누곤 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곧 출소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에는!" 하면서 절대로 여기는 또 안 들어온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며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런데 3, 4년 만에 또 만났다. 눈으로는 반가웠으나 내 생각, 마음, 호흡의 반응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었다. 참 야릇한 만남이다. 몇 초간의 폴과의 만남. 나를 건너다 보며 당당한 태도로 "나, 또 들어왔어, 피터(내 미국 이름)!" 하는 말을 남기며 특유의 '엄지손가락 인사'를 하고 교도관의 인도를 따라 어디론지 쇠사슬 끌리는 소리를 남기면서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는 음성이 너무 굵고 크며 건장한 아주 잘 생긴 백인 형제다. 가끔 채플이나 교실에서 참석자의 양해를 얻으면, 시편 23편을 그 특유의 편곡을 해 천천히 '시(詩) 노래'로 1인 공연을 한다.

모두가 감동을 한다. 그래서 나는 교도소에 가는 날, 폴이 오늘은 여기 있나 하는 바람과 기대가 솔직히 들 때가 있다.

나는 멀쩡하게 죄라고는 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교도소 안 이 방 저 방에 다니는데, 나는 과연 죄가 없는 사람인가. 내 마음으로, 말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한 일들이 드러나고 행하여 졌다면 아마 충분히 종신형을 받고도 남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구나! 다시 폴을 생각하여 본다. 그는 70대 중반쯤 되었는데 나와 마음이 통하는 훌륭한 크리스천이다. 늘 나를 위하여 기도한다고 한다. 교도소 안에서 하루 세, 네 번 성경공부 그룹을 인도하는 주 안에서 형제이다.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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