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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 칼럼]낙엽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07 15:38

가로수가 노랗고 붉게 단풍 들고, 마른 나뭇잎들 떨어지니, 내킹콜의 노래가 생각 난다. 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 I see your lips, the summer kisses….

또 가을 편지의 가사도 귓가에 맴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조병화 시인은 가을을 이렇게 노래했다. 세월의 패잔병처럼/ 보도 위에 낙엽이 깔려 뒹굴고 있습니다/ 나는 낙엽을 밟기가 안쓰러워/ 조심조심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낙엽은 나를 보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me today you tomorrow/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찬바람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뭔가 아쉽고 서글프고,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리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는 허무하고 슬펐다. 세월은 흘렀고, 요즈음엔 가을 마른 나뭇잎이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이 찬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쉽고 서글프고, 허무하던 감정이 변하여, 감사하고 아름답고 그윽하고, 가슴속에는 따스한 은혜의 모닥불이 타오른다. 어떻게 왜 변했을까, 자신을 돌아돈다. 살아온 경험이 나의 옛 껍질을 한 켜 벗어버린 것 같다.

월요 아침이면 우리 등산 대원 20~30명이 래이니어 호수주변 공원 등산길을 몇 년째 걷고 있다. 하늘 가린 울창한 나무들 밑 산길을 걸으면 낙엽으로 푹신한 길바닥, 소나무 밑에도 소나무 잎들이 떨어져 푹신한 카페트 길을 만든다. 산길 걷다가 오줌 누려고 숲 속으로 들어가면 장딴지까지 푹신하게 몇 년 쌓인 낙엽들, 낙엽 층을 헤집어 보면, 땅에 닿은 부분은 거름이 되고, 거기에는 지렁이, 공 벌레, 땅강아지, 굼벵이, 노래기,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가고, 낙엽을 거름으로 만드는 미생물들이 함께 살아간다.

일년 동안 풍성하던 수많은 잎사귀들을 가을이면 떨어뜨리는 나무들 보고, 바보라고, 두꺼운 옷들을 다 버리고 벌거벗은 채 겨울 찬바람에 가지들을 덜덜 떠는 바보라고, 마치 가난했던 어린 날 겨울이면 헐벗고 추위에 떨던 자신을 생각하던, 나 자신 만 생각 하는 어리석음. 나무들은 겨울엔 낙엽을 떨구어 자신과 이웃이 자랄 토지를 비옥하게 할 뿐 아니라, 흩어진 낙엽들은 갯고랑에도 바다 갯벌에도 실려가 갯벌의 동물들을 먹여 살리는 사랑과 헌신을 옛날에는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낙엽 태우며 그 열기에 언 몸을 녹이던 기억. 마른 잎 한 그램엔 쌀이나 옥수수 한 그램만큼 4.7K 칼로리의 열량이 있어, 미생물들과 굼벵이 지렁이들의 먹이가 될 뿐 아니라, 물에 흘려 내려가 바다갯벌의 무수한 동물들의 먹이로 변해, 먹이 사슬의 고리를 늘리고 생태계를 살린다. 한해동안 지상에서 생산되는 낙엽들은 엄청난 열량으로 지상의 생태계를 살린다.

일본 삼림종합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낙엽이 토양 유기물로 변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10년간 1헥타르에 총 4톤의 탄소가 축적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탄소를 고체상태로 보유하여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낙엽은 식물들이 자랄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바람에 날리고 물에 실려 먼 곳까지 흩어져 미생물들을 살리면서 먹이 사슬을 유지하며, 지구 온난화도 방지한다. 궤도가 너무 커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고마운 질서가 느껴진다.

등산길을 걸으며 내 발을 폭신하게 해주는 낙엽을 밟으며 언덕에 올라 먼산을 바라보니, 초록 노랑 붉은 색 무성한 숲이 넓은 들판을 덥고, 먼 산자락도 덥고 광활하게 펼쳐져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난다. 나누며 베풀며 사는 나무들이 여러 생명들과 더불어 지구라는 별에서 얼마나 무성하게 번성하는지를 보여준다. 붉게 물든 단풍 나무에서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니 아름답고, 그들이 돌아가는 큰 질서에 새삼 감사하고, 가슴속에 따스한 은혜의 모닥불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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