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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민주주의와 헌법의 관점에서 본 탄핵

박동규 / 변호사
박동규 / 변호사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08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11/07 17:5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이 지난달 31일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통과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추진 결의안 통과를 발표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이 지난달 31일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통과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추진 결의안 통과를 발표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2020년 11월 3일 대선
가장 중요한 선거 될 수도


1981년 대학 1학년생으로 미국에 이민 왔을 때는 청과상·생선가게·봉제공장들이 한인 자영업의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한인 유권자 운동도 거의 없었고 정치력 신장이란 단어 조차 생소했던 때였다. 그 시절 한인 이민자들은 정치력 보다는 경제적 생존이 더 시급했던 시절이었다. "남의 나라에 와서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치가 밥 먹여 준답니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던 그런 시절이었다. 격세지감 이라고나 할까? 이제 대부분 미주 한인동포들은 정치와 선거가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도 참여와 연대를 통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 외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년 후인 2020년 11월 3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선과 총선이 열리게 된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는 미국 내 소수민족 이민자들과 후손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가족과 친지들은 분단된 마지막 냉전지역인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아마도 우리 생애에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인들을 비롯한 미국 내 이민자들의 삶이 걸려 있고, 우리 조국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운명이 걸려 있고, 시민으로서 함께 지켜야 할 민주주의와 헌법의 최대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걸려 있다.

현 선거정국의 최대 이슈는 탄핵(Impeachment)이다. 탄핵이란 쉽게 말하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했을 때 국민이 소환하는 제도다. 미국 민주주의를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은 왜 탄핵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을까? 헌법에 명시된 탄핵의 조항과 탄핵 요건은 무엇인가? 발단이 된 우크라이나 게이트는 어떻게 발생했고 무엇이 문제인가? 권력 남용죄의 핵심 요소인 대가성(Quid Pro Quo)의 증거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탄핵 정국이 2020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내년 선거에서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가장 올바르게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물어야 하고 대답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들이다. 이 글이 그 결정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사상
시민 저항권과 주권재민


미국의 탄생은 영국의 왕정에 대한 저항과 탄핵으로부터 시작했다. 잘 알다시피 미국의 헌법은 세계 최초의 민주주의 성문헌법이다. 영국의 식민지 전제통치와 착취에 대항하여 1775년부터 8년간의 치열한 독립전쟁을 치렀다. 전쟁 기간 중인 1776년 저 유명한 '독립선언문'을 선포했고 이로부터 12년 뒤인 1788년에 헌법을 공표하였다. 지금부터 231년 전이니 왕들이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시절이다. 당시에 영국은 조지 3세, 프랑스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청나라는 건륭제, 조선은 정조가 통치하던 왕조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을 뽑고 대통령을 탄핵할 수도 있다는 혁명적 헌법의 공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졌던 헌법정신은 '독립선언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핵심만 간추리면 이렇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또한 생명·자유·행복추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 어떤 형태의 정부이든 이 권리를 파괴할 때에는 언제든지 개혁하거나 폐지할 수 있고 새로운 정부를 조직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을 학대하고 전제정치 밑에 예속시키려 할 때 이와 같은 정부를 타도하고 미래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보호자를 마련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며 또한 의무이다."



헌법에 명시된 탄핵 요건·절차
하원 기소 결정, 상원이 판결


탄핵 조항은 미국 헌법 제2조 4절에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 부통령 그리고 미국의 모든 공무원들은 반역죄, 뇌물죄 또는 그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로 탄핵당하여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파면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의 정의가 모호하다. 이에 대한 연방 의회의 해석은 (1)부적절한 권한의 초과 또는 남용 (2)직무에 합당하지 않은 행위 (3)부적절한 목적 또는 사익을 위한 권한 남용 등 매우 포괄적이다. 심지어 반드시 범죄 행위가 아니더라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탄핵의 절차는 먼저 연방 하원이 탄핵 조사 후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 결의를 한다. 그후 연방 상원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 판결을 내린다. 쉽게 말하면 하원이 검사가 되어서 기소여부를 결정하고 상원이 판사와 배심원이 되어서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대략 금년 말까지 하원의 탄핵 결의가 끝날 것이다. 그후 결의서가 상원에 제출되고 상원은 증인들을 소환하여 추가 조사한뒤 투표로 판결을 내리게 된다. 현재 상원 다수가 공화당이므로 오늘 당장 표결을 한다면 탄핵이 기각 되겠지만 향후 결정적 증거(Smoking Guns), 증언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탄핵절차는 법적 절차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절차이다. 의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대통령의 재선이 아니라 본인의 재선이다. 따라서 이후에 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면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리려는 의원들이 순식간에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을 둘러싼 탄핵 때도 그랬다. 결정적 증거인 녹음 테입이 나오자 공화당의원들까지 대거 탄핵에 찬성하기 시작했고 하원 탄핵 결의안 통과 4일 뒤에 스스로 사임했다.



우크라이나 게이트 조사 착수
청문회서 불리한 증언 나와


금년 7월 24일 뮬러 특검이 연방 하원에서 청문회를 마쳤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공모'한 증거는 불충분하나 '사법방해'한 증거는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 측근 6명이 유죄와 실형을 받았고 방대한 보고서와 자료를 의회에 넘겼다. 아울러 뮬러 특검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2020년 대선에도 러시아는 미국 선거에 개입했고 하고 있으며 다시 개입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날인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문제의 전화를 걸었다. 통화의 핵심 내용은 4억 달러의 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의 조건으로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과 그 아들의 뒷조사를 부탁했던 것이었다. 8월 12일 이 전화 통화를 함께 들은 백악관의 내부 고발자, 공익 제보자가 정보 기구 감사관에게 '긴급한 우려'라며 신고했고 백악관은 이를 감추려 시도했다. 9월 9일 감사관이 하원 정보위에 공익 제보자의 신고내용를 전달 했다. 같은 날 하원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군사원조를 볼모로 우크라이나에 바이든을 뒷조사 하도록 압력을 넣은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9월 11일 4억 달러의 군사원조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의 편집본을 공개했다. 군사원조, 백악관 방문 등을 이야기한 후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그 아들의 수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10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도 바이든 뒷조사를 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10월 11일 우크라이나 게이트 관련 국무부와 백악관 고위 공직자들이 의회 청문회에서 차례로 증언했다. 거의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이었고 그는 '마녀사냥' '거짓말' '쓰레기' 등 험한 말로 증인들을 공격했다. 10월 31일 연방하원이 공개적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다수결로 결의 하였다.



대가성 명백한 일곱 가지 증거
주류 언론 "권력 남용 해당"


의회의 탄핵 조사 과정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두 단어는 대가성(Quid Pro Quo)과 명백한 증거들(Smoking Guns)이다. 탄핵의 요건으로 '부적절한 목적이나 사익을 위한 권한 남용'을 보이려면 대가성를 명백히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가성의 가장 명백한 증거와 증언 일곱 가지를 추리면 다음과 같다.

1. 전화 통화 녹취록 중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한 말: "우리를 도와달라… 바이든과 아들을 수사해 달라." 2. 빌 테일러 주 우크라이나 대사 증언: "바이든의 수사가 군사원조의 조건이었다." 3. 고든 손드랜드 주유럽연합 대사측 변호사 발언: "대가성이 있었다." 4. 피오나 힐 국가 안보위 보좌관 증언: "존 볼튼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줄리아니는 '폭탄'이며 우크라이나와의 거래는 '마약 거래'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5. 알렉산더 빈드맨 주우크라이나 안보위 위원장 증언: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의 조건은 바이든 수사 개시였다." 6. 팀 모리슨 국가 안보위 보좌관 증언: "대가성이 있었다." 7. 마크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기자회견 공식 발언: "당연히 대가성 있었다. 우린 늘 그렇게 해왔다."

이러한 증거들과 증언들을 종합하여 볼 때 국민들의 혈세로 자신의 재선이라는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은 '부적절한 목적이나 사익을 위한 권한 남용'에 해당 된다는 것이 대다수 주류 언론들의 결론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탄핵 정국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를 높이고 민주당은 거센 탄핵 반대의 후폭풍을 맞게될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이와 관련하여 10월 23일, 아산정책 연구원 미국 연구센터의 제임스 김 박사는 여러 여론조사를 분석하여 "트럼프 탄핵 찬반 여론이 찬성으로 역전됐다"고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대표적인 친 트럼프 언론인 폭스뉴스도 10월 10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이 51% 반대가 40%로 집계 되었다고 보도했다.



안갯속 탄핵 정국, 다가오는 대선
진실 말하는 대통령 결단 기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닉슨과 워터게이트의 상황을 복기해 보면 향후 얼마나 더 많은 결정적인 증거와 증인이 나올 것인지 그리고 공화당 의원 이탈표가 얼마나 더 나올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또한 존슨.닉슨.클린턴 대통령 등 지난 세 번의 탄핵 사례를 보면 의혹을 받은 정당은 언제나 다음 선거에서 패했다는 교훈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어느 경우든 현직 대통령이 타 국가의 힘을 빌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상대 후보의 뒷조사를 부탁했다는 사실 자체가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며 신성한 선거 절차에 대한 모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그리고 역사 앞에 겸허한 자세로 오로지 진실을 밝히고 사임을 결단 한다면 본인이 소속된 정당도 구하고 미국의 민주주의와 헌법도 구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선서 때 왼손을 얹는 책은 헌법이 아니라 성경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는 본인의 요청으로 두 권의 성경책을 사용하였다. 그 성경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진리(The Truth)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 8:31~38)

시민참여센터 이민자 보호 법률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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