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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지구촌 떠도는 기후난민들

[LA중앙일보] 발행 2019/11/0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1/07 18:34

2015년 오세아니아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주민 테이티오타가 뉴질랜드에 난민신청을 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더 이상 자기 나라에 살 수 없다는 이유다. 세계 최초 '기후난민(Climate Refugee)' 신청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거부해 소송을 재기했지만 법원은 국제 난민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탄핵정국 여파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뉴스가 있다. 4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통보다. 트럼프가 대선출마 때 이미 탈퇴를 공약했고 2017년에 정책목표로도 밝혀 뉴스의 비중이 희석된 점도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에 세계가 공동대처하자는 취지로 195개국이 참여해 결성됐다.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를 채택했다. 이전 교토의정서 보다 진일보한 구속력을 가진 협약이다.

트럼프의 탈퇴 이유는 단순하다. 지구온난화도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미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미국민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한다.

강력한 탈퇴 의지는 통보시점에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 2016년 11월 4일 효력을 발생한 기후협정은 가입국들이 향후 3년간 탈퇴할 수 없도록 정해 놓았다. 3년 규정이 해제된 날이 바로 4일이다. 미국은 1년간 탈퇴과정을 거쳐 내년 11월 4일에는 협약에서 완전히 떠난다.

미국 탈퇴에 국내외 비난이 빗발쳤다.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은 "트럼프의 탈퇴는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팔아버린 재앙 수준의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공조에 깊은 좌절감을 주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탈퇴로 협약의 실효성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공해물질 최대생산국인 미국이 탈퇴한 상황에서 협약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탄소배출 세계 2위지만 1인당 배출량은 가장 많다. 석유소비량도 가장 많다. 2위인 중국에 비해서는 65%, 3위 인도 보다는 4배나 많다. 세계 인구의 약 4.5%인 미국의 에너지 소비는 전체 생산량의 20~25%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경제와 국민을 위해 협약을 탈퇴한다고 했지만 피해는 결국 빈곤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다. '기후난민'이다. 거주 지역 사막화로 녹지를 찾아 나서는 난민들이 줄이 잇고, 생태계 변화로 새로운 살 곳을 찾는 난민들도 수백만에 이른다.

2017년 기준으로 기후난민은 전 세계적으로 1800만명을 넘었다. 문제는 난민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2050년에는 기후난민이 1억4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로 남미,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은 산업화된 국가들이다. 막대한 에너지와 재화를 소비하는 미국과 세계의 공장 중국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는 궁극적으로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가난한 국가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문명화라는 명목으로 인류가 행한 자연파괴의 폐해가 후진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온난화 방지는 세계적인 공조가 필요한 시급한 사안이다. 기후협약은 환경보호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한 의미있는 조치였다. 그럼에도 주도적 역할의 책임과 의무를 지닌 미국은 대통령 독단으로 탈퇴를 공식선언했다. 정착할 곳 없는 기후난민들이 지구촌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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