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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건축의 도시 시카고

시카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아마도 건축일 것이다. 인구 기준으로 3대 도시, 중서부 최대 도시, 미시간호변의 대도시, 교통의 중심지 등의 수식어가 붙을 수 있지만 시카고 다운타운의 건물 숲을 본 사람들이라면 왜 건축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지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 강을 오고 가는 유람선을 우리는 건축 크루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축의 도시는 1871년 있었던 시카고 대화재 이후 시카고 도심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는데 급속도로 팽창하던 대도시에 걸맞게 당시 유능한 건축가들이 최신 건축 기술과 자재를 가지고 건물들을 올리면서 그에 걸맞는 명성을 얻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그래서 시카고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인 시어스 타워-우리는 왠지 윌리스보다는 시어스가 입에 잘 붙는다-가 있다. 또 건축계의 시카고학파가 있으며 다니엘 번햄, 루이 설리반, 루드윅 미스 반 데 로, 브루스 그래햄, 파즐러 칸 등의 유명 건축가를 배출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설계회사인 SOM에 속해 있으면서 현재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 칼리파, 얼마 후 최고층 건물이 될 제다 타워를 디자인한 사람도 시카고의 아드리안 스미스다. 여기에 아쿠아 빌딩과 비스타 타워를 만들어 요즘 최고 각광을 받는 건축가인 지니 갱 역시 시카고에 그녀의 건축회사 지니 갱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건축의 도시 시카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홈 인슈런스 빌딩이다. 이 빌딩은 1885년에 완공됐는데 현재 아담스와 라셀길 북동쪽 코너에 위치하고 있었다. 1930년대에 철거된 이 건물이 건축학계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의 고층건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 처음 10층 높이였다가 나중에 12층으로 증축된 이 건물은 건축의 도시 시카고의 옛 아이콘처럼 여겨지곤 했다.



장황하게 시카고의 건축 관련 스토리를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홈 인슈런스 빌딩의 최초 고층 건물 타이틀이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실 홈 인슈런스 빌딩은 10층 이상이면서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으며 철강 프레임을 사용했기 때문에 최초의 고층건물로 인정받고 있었다.

기존의 건물들은 벽돌을 높게 쌓아 올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중력의 한계로 홈 인슈런스 빌딩과 같은 큰 창문을 설치할 수 없었다. 반면 홈 인슈런스 빌딩은 이런 요소를 갖췄기에 내부 인테리어 공간도 넓어졌기에 현재와 같은 고층 건물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시카고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주장은 홈 인슈런스 빌딩이 들어서기 10년 전 이미 뉴욕의 로워 맨하탄 지역의 신문사 밀집지역에 10층 이상의 건물들이 다수 있었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홈 인슈런스 빌딩의 최초 고층건물 타이틀을 이어받을 건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확정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카고언들이야 이런 세세한 기술적인 측면을 따지는 것보다는 다운타운 애들러 천문대 옆 뮤지엄 캠퍼스에서, 윌리스타워 전망대에서, 존 행콕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이 더 직접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그 이면에는 대화재라는 재해를 극복하고 도시를 재건했던 끈기와 100년 앞을 내다보며 도시를 설계한 번햄 시카고 플랜의 안목,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했던 시카고 운하 건설의 지혜가 있다.

설령 최초의 고층건물이라는 타이틀을 다른 건물에 내준다고 하더라도 건축의 도시 시카고의 DNA에는 이런 강인함과 독창성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를 지키고 시대 상황에 맞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시카고언들의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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