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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아직은 먼 나라, 일본

이영주 / 수필가
이영주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09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9/11/08 17:31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는 딱 한 나라라고 한다.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많이 궁금했다. 일본은 34년 전, 동경과 후지산을 다녀온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배울 게 많은 나라입니다"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배울 만 하더냐고 되물으면 "일본 사람들은 깨끗해요" 하고는 그 다음은 말을 잇지 못한다. 사실 어떤 나라를 며칠 다녀왔다고 해서 그 나라를 알기는 어렵다. 미국에 와서 30년 넘게 살면서도 영어도 못 하고, 한국말도 어눌해지고,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고사하고 가까이 살고 있는 뉴욕조차 어떤 도시인지 아직 다 모르는 나를 봐도 그렇다.

이번에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에 간다고 하니 사람들은 "조용히 다녀오세요." 모두들 한 마디씩 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이면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와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로 끊임없이 갈등하는 사이인데다, 특히 올해 들어서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로 관계가 최악으로 경색된 터라, 이런 시기에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간다는 건 좀 그렇다는 뜻이었다.

일본의 첫인상은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 같았다. 남의 나라 같지 않고 많이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크고 작은 수많은 간판들하며 상가 안의 수많은 작은 음식점들이 그러했다. 어디를 가나 인사성이 밝고, 태도들이 겸손했다. 그리고 가옥에 마당이 없는 게 특이했다. 손바닥만한 짜투리 땅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나무를 심은 건 보기 좋았다. 특히 나오지마 섬에선 일본 농가들을 골목길 다니면서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집집마다 작은 마당에 꽃을 예쁘게 잘 가꾸어 놓았고, 집들이 정결해서 일본이 깨끗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좋았던 점은 초밥이며 편의점 음식이 싸고 맛있는 것이었다. 초밥은, 생선은 물론이려니와 밥이 아주 중요한데, 스시 맛의 원조인 일본을 다른 나라 사람이 따라가긴 어려운 것 같다. 우리 민요를 서양인들이 부르면 어색한 만큼이나.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안내 표지판이었다. 모두가 일본어여서 나처럼 일본어 모르는 사람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리고 지하철 역이며 버스 역이며 게이트 표지가 분명치 않아 출구를 찾아 다니느라 애먹었다. 서울에 돌아오니 지하철 역마다 한글과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 뿌듯했다.

교토에선 금각사며 천용사, 청수사 등의 절을 둘러봤다. 특히 소설로 읽었던 금각사는 기대가 컸다. 2층과 3층에 금으로 채색하느라 든 금의 비용만 17억이라고 한다. 금각사는 앞 쪽의 연못과 일본 정원의 단아함 속에서 금빛 사찰 건물이 잘 어우러졌다. 그보다 교토에선 중국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던 게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북한은 공산당,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다스렸던 나쁜 나라라고 배우며 자란 세대다. 공산주의와 배일사상은 그냥 몸에 배인 세대라는 게 더 맞는 표현 같다. 그래 그런지 일본에서 다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동안 쌓인 두 나라의 갈등들이 호기심이나 호감들을 지레 억눌렀다.

사실 한 개인이든, 한 국가이든, 자신의 지난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엔 지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를 독일은 전세계에 보여줘서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오욕을 안겨준 일본이지만,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사과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다시 일본에 가서 그런 일본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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