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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혐오라는 면역반응

한애란 / 한국 금융팀장
한애란 / 한국 금융팀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2/13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20/02/12 14:12

전염병 감염자를 향한 혐오의 시선을 받아본 적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소용돌이 속에서 떠오른 오래 전 장면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아침에 손바닥에 반점이 나타나 병원에 갔더니 ‘풍진’이었다. 사흘을 결석했다. 의사가 ‘학교가도 된다’고 하기에 나흘 만에 등교했다. 얼굴에 불긋한 반점이 남은 채였다. “병원에서 나와도 된대?” 인사를 받은 담임선생님의 첫마디였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 담긴 감정은 명백히 혐오였다. 졸지에 바이러스 덩어리가 된 9살은 귀까지 빨개진 채 “의사선생님이 괜찮대요”라고 답했다. 그가 나쁜 선생님은 아니었다. 내 바로 앞에 있던, 전날 감기로 하루 결석한 친구에게 그는 “몸은 좀 어떻니”라고 다정하게 물었다.

결과적으로 그를 원망하진 않게 됐다. 이후 우리 반에서 13명의 추가 풍진 감염자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의사의 진단보다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린 선생님의 촉이 더 정확했다.

얼마 전 회사 앞길에서 분홍 마스크를 착용한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 부부를 마주쳤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한 눈에 중국 관광객임을 알아챘다. 부부의 눈빛이 왠지 불안해 보였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번지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돌이켜 보니 이런 추측 자체가 근거 없고 편견 투성이다. 실제로는 정반대일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부부는 마스크를 안 쓴 채 거리를 활보하는 한국인이 자신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을까, 그것을 오히려 걱정했을지 모른다.

율라 비스는 ‘면역에 관하여’에서 진화심리학의 ‘행동 면역계’를 설명한다. “외부자, 이민자, 팔다리가 없는 사람, 얼굴에 낙인이 찍힌 사람을 피하는 건 오래된 질병 예방 전술이다. 행동 면역계는 우리에게 아무 위험을 가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쉽게 작동을 개시한다.(중략) 사람들이 편견으로 기우는 경향성은 스스로가 특히 취약하다고 느끼거나 질병에 대해서 위협을 느낄 때 좀더 강화된다.”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경계가 선사시대부터 터득한 인류의 생존비법이라니, 이를 사라지게 하긴 어렵지 싶다. 다만 명심하자. 지금 보내는 혐오의 시선이 언제든 다시 나와 내 가족에게 꽂힐 수 있다. 앞의 책을 다시 인용하자면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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