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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90마일로 달리셨습니다"

노기제 / 통관사
노기제 / 통관사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2/13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2/12 14:13

나이를 거꾸로 먹어 간다. 20대 30대에 하지 않던 짓거리를 겁 없이 해댄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내 안에 들어온 모양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자로 재고 사방팔방 둘러보며 따져본 후 행동에 옮겨야 할 나이임에도 겁 없이 질러댄다.

늦게 배운 취미생활에 온통 마음을 뺏긴다. 기회만 생기면 기를 쓰고 하려 드는 탓에 따라야 할 조건들을 채워야 한다. 은퇴하기 전에는 이루지 못했던 생활이다. 열심히 살아 온 덕에 나이 들어도 내 인생 내가 책임지며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됐다.

가능한 시간에 체력 받쳐주고 경제적 문제 감당할 수 있다면 눈밭으로 달려간다. 모이면 쉬워진다. 함께하면 여러 곳을 갈 수 있다. 클럽에 가입해서 새로운 친구도 만나게 되고 실력도 향상 된다. 마음 좋은 남자 회원들과 합승하면 장거리 운전 안 하고 개스값만 나눠 부담하고 일주일 스키 여행이 즐겁다.

대부분의 회원들 연령대가 나보다 아래다. 내가 못하게 될 때까지는 항상 가능하려니 걱정도 없었다. 스키 시즌이 바뀌면 클럽의 몇 사람은 스키 포기 선언을 한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면서 같이 스키 가던 회원들이 내 곁에 없다.

갈등이 시작 된다. 나이도 있으니 이제 그만 딴 운동으로 바꾸자 생각도 했다. 마음이 도리질 한다. 시즌이 시작되고 산에 눈이 덮이고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이 나를 채근한다. 차편을 알아본다. 함께 가자고 연락도 한다. 산행 클럽에 다시 합류한다. 사이클 클럽에도 눈인사를 한다. 모두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가능한 운동이다.

눈밭으로 가자. 스키를 챙긴다. 부츠를 편한 것으로 새로 장만한다. 숙소를 예약한다. 차편일랑 혼자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은 편하게 얹혀 다닐 수 없다. 아무도 없다. 비로소 자유롭게 나만의 생활을 꾸려보자.

겁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 없다. 한 번 다녀오고, 두 번, 세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기도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내게 능력주시는 분이 계심에 확신이 선다. 혼자가 아님을 인지하게 되면서 두려움이 기쁨으로 바뀐다. 운전하는 동안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함도 맛본다. 피곤함도 모른다. 속도감을 잊고 힘차게 액셀을 밟는다.

안전운전 하세요. 90마일로 달리셨어요. 핸섬한 젊은 경찰 오빠가 천사인양 내게 주의를 준다. 난 예쁘게 웃어 준다. 고맙습니다. 진정 고마워요. 가슴에 밀려오는 이 행복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솔직하게 말하면 100마일로 달릴 때도 있었다. 무심코 달리다 놀라서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지난 여름 BMW 폐차시킨 사고 이후 운전기피증도 있었다. 새로 장만한 차는 값도 싸다. 부모들이 청소년 자녀에게 첫차로 사줄 법한 차종인데 성능이 좋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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