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사람들

다른 대도시의 박물관들이 재개관을 많이 했음에도 워싱턴 디씨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은 성급하게 개관을 서두르지 않았다.

겨우 동물원과 챈틀리에 있는 항공우주 박물관 분관만이 제한된 입장권을 가져야 관람이 가능했는데, 드디어 지난 주말 4개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재개장을 하였다. 그동안 박물관 나들이를 못해 많이 아쉬웠기에 인터넷으로 서둘러 입장권을 예매하고 국립 미국 미술관이 위치한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예전 같으면 다운타운은 주차하기가 힘들어 박물관 주변을 몇바퀴는 돌아야 주차할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여전히 주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중인지 스트릿 파킹을 할 수 여유가 제법 많았다.

‘미국에 온 알렉산더 폰 훔볼트’라는 아주 생소한 이름의 전시회가 개관과 동시에 시작되었는데, 도대체 ‘그가 누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키피아를 찾아보니 프리드리히 빌헬름 하인리히 알렉산더 폰 훔볼트라는 긴 이름을 가진 독일 출신의 지리학자, 자연과학자, 박물학자이며, 탐험가라고 적혀있다.
귀족 집안의 자제였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뒤 고급관료가 되기를 희망한 어머니의 뜻과 자연과학에 심취한 자신의 적성 모두를 고려하여 그 당시 세계 최고의 광산 학교인 프라이부르크 광과 대학에 진학을 했다. 그 후 광산관리국에 자리를 얻어 출세가도를 달리던 중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막대한 유산 상속을 받게 되자, 이미 제임스 쿡의 제2차 원정대 대원을 따라 세계 탐험 여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 그는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절친과 탐험대를 직접 꾸리게 된다.



그 후 스페인 총리의 후원까지 받아 남아메리카까지 진출했다고 하는데, 그가 이룬 업적은 단순한 여정이라기보다는 과학적 조사가 이뤄진 거의 최초의 경우로 종래의 남미탐험이 주로 황금과 보물 약탈에 치중했던 것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점들이 많았다.
새로운 대륙에서 전혀 다른 자연 환경을 조사할 수 있음에 흥분한 그는 죽을 고비도 몇번이나 넘기게 되는데, 그때마다 물러서는 대신 불굴의 의지로 돌파했다고 한다.
그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침보라소 산을 특별한 장비 없이 직접 등정하기도 했는데, 고산병에 시달리는 스스로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병세를 철저하게 기록할 정도로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서로 관계가 없다고 믿었던 동식물의 분포와 위도, 경도 혹은 기후같은 지리적 요인과의 관계를 설명하여, 근대 지리학 방법론의 선구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인생 역작 코스모스’를 5권이나 썼다.
한마디로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언어와 문화까지 세밀하게 기록을 남긴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르네상스형 만능인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비록 우리는 잘 몰랐지만 그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브리테니카 사전에 따르면 나폴레옹 다음이라고 할 정도로 명성이 유럽에서 자자했다.

훔볼트 남작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는 학구적으로 그와 여러모로 통할 것같은 위인이 있는데, 바로 그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다. 하바나를 거쳐 필라델피아에 온 훕볼트는 드디어 제퍼슨을 만나게 되는데, 여러모로 코드가 맞았던 두 사람은 쉽게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그와 달리 이미 노예를 소유하고 있던 제퍼슨 대통령과는 이 점에서는 다른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우정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변치 않고 이어졌다.

겨우 6주만 미국에 머물렀지만 이번 전시회는 그가 얼마나 미국을 사랑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저술과 서적, 그림, 그리고 필름이 준비되어 있다. 이것은 강대국이 되기 이전의 가능성만 존재하는 미지의 신대륙을 향한, 과학자의 따뜻한 시선의 생생한 기록이었으며, 미국의 발전 가능성을 일찌기 간파한 사상가의 명민함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전시회의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이미 반은 미국인이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그 당시 신생국이었던 미국이 중시한 가치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 바로 그였던 것이다.
평소 안면이 있던 영국의 과학자, 심지어 한번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그의 전 재산을 미국 박물관에 전부 기부해 나중에 스미소니언 재단의 토대를 마련한 제임스 스미손에게도 이 신대륙에 대한 긍정적인 코멘트를 많이 하여 그로 하여금 중대한 결정을 하게 만든 장본인 역할도 했다는데...

미국이 처음부터 위대한 나라였던 것이 아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많은 미국인들과 그런 미국인들을 위해 함께 응원해주고 도와준 수많은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현 대통령의 자신감은 그들의 역사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해석에 기인한다. 안타깝게도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한명의 대법관이 최근 세상을 떠났다. 그분의 명복을 빈다. R.I.P.R.G.B


황훈정 작가, 전 치과의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