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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오케이 부머’와 ‘라떼는 말이야’

하필 왜 나이를 ‘먹는다’고 할까. 떡국 한사발에 자동으로 한 살 먹듯이 세월따라 쉽게 쉽게 한 살 더한 ‘어른’ 이 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했던 시절에 그랬다.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더라는 실망의 경험이 반복되면서 좋아! 난 넙죽넙죽 세월이 주는 대로 나이 먹지 않고 차곡차곡 스스로 쌓아 제대로 ‘나이 들겠어’ 다짐했던 시절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오늘의 나는 부인할 수 없이 세월 따라 나이 먹는 자동 어른이 되어 있다. 매해 새로 맞는 이 나이는 나에게도 처음이라, 어떤 게 잘 나이 드는 것인지 경험 없는 채로 하루하루 허겁지겁 살아내며 나이를 ‘먹고’ 세대 구분이 확연한 어른의 자리에 이르러 또 한 해를 마감하려 한다.

최근 화제와 논란이 있었던 '오케이, 부머'는 그래서 더욱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아 됐어요, 어른신들'쯤의 뉘앙스가 될 이 짧은 한 마디의 유행은 강렬했다. 전 세대의 경험을 오늘의 기준으로 쓰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그 경험을 지렛대가 아닌 권위와 무기로 쓰려 드는 ‘베이비 부머’(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들에게 젊은 세대들이 내건 바리케이드다.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발맞추거나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 질서만을 반복 강요하는 ‘꼰대’들에게 기대를 접었다는 단절의 선언이기도 하다.



‘오케이 부머’가 미국 기성세대의 뒷골을 강타한 세대 단절의 상징어라면 ‘라떼는 말이야’ 혹은 ‘Latte is horse’는 올해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휘저은 또 다른 세대 갈등의 언어다.

‘라떼는 말이야’는 ‘나 때는 말이야…’를 코믹하게 변주한 어구다. 철자가 달라도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절묘하게 교체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의 유행에 따라, 기성세대들이 흔히 아래 세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훈계할 때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뻔한 자기 자랑을 ‘라떼는 말이야’라고 함축하여 지칭하고 슬쩍 비꼬는 것이다.

본인들 입장에서는 경험담과 조언, 듣는 어린 세대들 입장에서는 따분한 자기 자랑과 훈계로 이름지어지는 ‘꼰대스러움’의 전형적인 대화법을 풍자하는 ‘라떼는 말이야’는 한발 더 나아가 영어로 ‘Latte is horse’로 유머러스하게 사용되며 온라인에 각종 패러디와 밈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같은 제목의 노래에서는 ‘너네는 처음부터 잘했냐, 제발 나 좀 내버려둬’라는 절규가, ‘라떼 장인이 되지 않는 법’같은 반어적인 경고글들이 쏟아졌다.

나 역시도 후배나 자녀 세대들의 말과 행동에 물음표가 생길 때 나름 이해하려 한답시고 그 나이 때 나는 이랬던 것 같아, 나는 그 시절에 이런 생각을 했었어, 를 남발했음을 고백하며 되뇌인다.

결국은 그런 것이다, 나이를 잘 먹어야 하는 것이다, 나이 잘 들어서 좋은 어른이 현명한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연말에는, 연초에는 이제 그런 생각을 다지며 겸허한 시간을 꾸려야 하는 것이다.

호주의 원주민 오스틀로이드는 그들 스스로를 ‘참사람 부족’이라 하고 문명인을 가리켜 ‘무탄트’라고 부른다. 유명한 무탄트 메시지의 한 구절이 오늘 더욱 뼈를 때린다.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나 노력 없이 벌어지는 일인데 왜 생일 축하를 하는가? 자신이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는 스스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언제 파티를 열어야 할 지는 자신만이 말할 수 있다.”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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