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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트럼프 탄핵 이탈표

연방 하원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탄핵안 상정은 곧 통과를 의미했기 때문에 탄핵 결정은 당연한 결말이었다. 처음부터 탄핵을 둘러싼 관심사는 가결보다는 정말 상정할 것인가와 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득실이었다.

탄핵이 너무 당연했기 때문일까. 민주당 이탈표에 탄핵 못지않은 시선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3명의 민주당원이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고 조롱하듯 말한 건 성격상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언론이 공화당을 “한치의 표 이탈이 없었다”라거나 “단일대오”라고 묘사하는 것은 지나쳤다. 물론 정치에서 중간지대가 엷어지고 지지 성향에 따라 양극단으로 몰리는 현재의 정치 상황이 반영됐다고 하면 할 말 없다. 그래도 모두 당론에 따른 공화당은 단일대오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당과 다른 의견을 낸 민주당은 이탈이라는 부정적인 표현하는 묘사한 것은 정치적 양극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언론은 지금껏 미국 정치가 점점 중간 타협점이 줄고 양극단으로 쏠린다고 우려했지만, 막상 중대한 정치 상황에서는 양극화만으로 정치를 해석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을 때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당시 하원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함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당론과 다른 투표 행위가 20년 전에는 건강한 민주주의였으나 이제는 적전분열인가. 언론의 이런 시각은 탄핵이 “당파적인 결정”이라는 트럼프의 공격과 비슷하다. 미워하다 닮은 것일까.

사실 민주당 의원이 트럼프 탄핵에 반대한 이유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은 이들 의원의 지역구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다는 현실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성도 당파성도 아닌, 그저 당선에 유리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파성에 따른 해석은 이미 상원을 향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하원의 탄핵을 당파적이라고 규정하고 “상원에서도 대체로 당파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상원에서 탄핵 절차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미 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당파적이라는 해석을 앞세워 대통령 탄핵에서 규정한 상원의 역할을 무시하는 행위다. 상원은 의회지만 대통령 탄핵에서는 배심원 재판처럼 진행된다. 하원 소추 의원이 검사 역할을 맡아 탄핵소추 결의안이라는 기소장을 들고 오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재판 형식의 심리를 진행한다. 상원의원은 배심원이 되어 발언권 없이 심리를 지켜본 뒤 유죄나 무죄를 결정한다.

한데 매코널 원내대표는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벌써 무죄를 얘기하고 있다. 대놓고 이렇게까지 얘기했다. “나는 공정한 배심원이 아니다. 이번 탄핵안은 정치적인 과정이지, 사법적인 측면은 전혀 없다.”

매코널 원내대표가 아니라도 누구나 상원에서 탄핵이 부결되리라 예상한다. 탄핵에는 상원 100석 가운데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공화당 의석이 53석이다. 더구나 하원 탄핵 통과로 정국은 당파적 성격이 더 강해졌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탄핵은 당파적인 정치 성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당파적이지 않은 사안도 굳이 당파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행동에 옮기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만큼 더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파적 극단주의로 정치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 미국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한 것은 언론이다. 상원 탄핵 국면에서는 좀 더 냉정해야 한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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