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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김정은의 ‘성탄절 선물’ 소동이 남긴 것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직 미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이젠 크리스마스 선물하면 설렘과 축하가 아니라 긴장과 불안을 떠올리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 배달을 예고하면서다.

아무 일 없는 건 다행이지만, 김정은 말 한마디로 한국과 미국·일본을 들었다 놓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지난달 3일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는 담화를 냈을 때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종교의 자유도 없는 북한이 웬 크리스마스 운운이냐며 역설을 지적했다. 북한이 성탄절도 아닌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쓴 걸 두고 북한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할 줄 알게 됐다는 농담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박에는 협박으로 맞받아치면서도 끊임없이 북한에 대화를 청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공군 태평양사령관 등이 북한 선물에 대한 미국의 대응방침을 공식 회견에서 밝혔는데, 한결 같이 여러 단서를 붙였다. 요약하면 외교와 협상을 최우선으로 하되, 만약 북한이 위험한 짓을 벌일 경우 미국은 가만있지 않겠다는 게 골자다.



정작 발언자는 여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언론을 거치면서 미국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북한 뉴스를 어쩌다 한 번씩 다루는 일부 미국 언론이 과잉 반응을 한 게 특히 문제였지만, 주류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를 참고하는 한국 언론도 영향을 받았다. 이런 현상을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사람들은 평화를 따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말싸움을 이어가며 소소한 시도를 하겠지만 트럼프가 언짢을 만한 도발은 연내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포함해 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체면을 봐서, 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깨기 싫어서 도발을 자제했다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복기해 보면 트럼프가 플로리다로 2주 일정 겨울 휴가를 떠났을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그곳에서 “선물이 미사일 시험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병일 수도 있다”고 말했을 때 북한의 행동은 이미 정해졌을 수도 있다.

예측 불가 김정은과 즉흥적인 트럼프 사이의 일은 최악을 가정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 조성은 비핵화 협상이라는 중대 사안을 냉철하게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이달 또는 다음달로 미뤄진 선물 배달을 다시 주시하며 이 점을 되새겨본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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