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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경제학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다 보니 어디선가 ‘경제’라는 단어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요즈음은 코로나만큼이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경제다. 경제학을 정의하는 방법이야 수백 가지가 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경제문제는 결국 돈을 벌어서 먹고사는 문제다. 코로나바이러스대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정지되다시피 한 것이 벌써 반년이 되어가니 먹고 사는 문제가 정말 큰 일이다. 바이러스보다 배고픔이 더 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 개인의 건강이나 공중보건을 생각하면 가게 문을 닫고 하루라도 더 집에 머물러야 하겠지만, 현실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재무설계사들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당장 수입이 없어도 최소한 일 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이 마치 두 종류의 사람들로 나누어진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쪽과 당장은 힘들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쪽으로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신중론자들이 결코 경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고, 적극 지지자들이라고 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만 벌써 대략 400만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14만명이 넘게 사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1초에 한명씩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중에서 증상이 있지만, 검사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으니, 실제 감염자의 숫자는 더 많을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없었거나 혹은 있더라도 통제가 잘 되어서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6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죽음은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아니, 혹시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될 수 있으니 결코 남의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가치를 정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그렇고 이웃과 나라를 위한 값진 희생이 그렇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모든 것에 가격을 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경제학자들이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냉혈동물은 결코 아니다. 단지 필요에 따라서 무언가의 가치를 계산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다면, 피해액을 산정해서 보상해야 하고, 만약에 목숨을 잃었다면 마찬가지로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소위 ‘목숨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미 사망한 60만명의 목숨값은 상상을 초월하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지만,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는 어디에선가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공장의 문을 닫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1월부터 조금만 더 기다리면 혹은 여름이 되어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확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곧 나아질 테니 조금만 더 참자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참으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참지 말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람들이 ‘뉴노멀’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마시는 일이 일상화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수질이 좋지 않다는 유럽에서나 그런 줄 알았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말을 듣고 직접 가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다. 조만간 신선한 공기를 사서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공기정화기를 구입하기 위해서 돈을 쓰고 있지 않은가. 당연한 것이 변한다.

사람들과 2미터의사회적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쓰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나는 증상이 없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환자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그래서 더 힘들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서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아, 옛날이여! 외치면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당연한 것이 달라졌다.
지금은 서로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한다. 하지만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달려있다. 언제 다시 경제를 열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경제를 여는지가 관건이다. 바이러스는 여전히 창궐하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으로 남는다. 경제재개 시점을 가지고 편 가르기를 하지 말자. 먹고사는 문제는 모두에게 중요하다.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코로나 시대에 생활방역지침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인혁 /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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