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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삼성 이건희 회장 별세에 부쳐

1999년 분리되기 이전까지 중앙일보도 삼성그룹의 일원이었다. 덕분에 30대 시절 미국 오기 전 간접적이나마 삼성을 경험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당시 삼성의 복리 후생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직원 가족들을 불러 전국 공장을 견학시켜 주는 것이 있었다. 주로 직원 아내들이 참가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었는지 한 번 다녀오고 나면 대부분 열혈 ‘삼성 전도사’로 돌변했었다. 아내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특별했다. 그 중 세계 경영을 위한 지역 전문가 양성 코스나 합숙을 통한 집중 외국어 훈련은 당시 직장인이면 누구나 부러워하던 과정이었다. 특히 집중 외국어 훈련은 중앙일보 직원들도 꽤 많이 참가했는데 그때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며 맺었던 네트워크는 두고두고 사회생활의 자산이 되었던 기억도 난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목적은 직원과 가족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지금 삼성이 세계 5위 브랜드 가치를 지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든 것도 이런 내부 단속(?)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이건희 회장 비서를 지낸 정준명 전 삼성전자 일본본사 사장도 비슷한 회고를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가장 싫어한 사람은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과, 배알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본분과 역할에 충실한 사람,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진 사람을 좋아했다는 말이다. 삼성이 왜 그렇게 직원 교육과 복지를 강조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알려진 대로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내건 기업이념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 합리추구였다. 지금 삼성을 보면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고용과 수출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타 공인 최고 인재들의 집합소라는 점에서 그렇다. 능률과 효용을 중시하는 삼성식 경영 또한 누구나 배우고 따라하는 기업 교과서가 되었다. 모두 1987년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이후 일군 성과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 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고인을 대하는 시선이 사뭇 복잡하고 다면적인 것같다. 세계 일류 기업을 일군 재계 거목이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 앞에서도 굳이 정경 유착과 세습 경영이라는 허물을 들춰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기업인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한국이라 해도 ‘자식과 마누라 빼고는 다 바꿔라’는 말대로 변혁과 혁신을 화두로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환골탈태시킨 고인의 공적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해외 한인들로서는 처음 외국 나왔을 때 삼성이나 LG, 현대차 같은 한국 기업 로고를 보며 뿌듯해 했던 기억 한 조각씩은 다 가지고 있다. 삼성과 이건희라는 이름이 해외 한인들에게 더 각별한 이유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세상을 바꾸고 역사의 바퀴를 앞으로 밀고 가는 것은 수신제가(修身齊家)는 다소 부족했더라도 치국 평천하(治國平天下)에 ‘올인’ 해 남다른 업적을 일궈낸 사람들이었다. 사업에 관한 뛰어난 통찰과 직관, 미(美)와 최고(最高)에 대한 포기하지 않은 집념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을 일궈낸 고인도 후자 쪽이 아니었을까.

이제 고인은 역사가 되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이 그동안의 허물로 지적되어 온 윤리 경영, 도덕 경영의 아쉬움까지 해결해 한국의 자랑, 해외 한인들의 자부심으로 계속 뻗어가길 바랄 따름이다.


이종호 편집국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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