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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배럿 대법관 취임이 주목받는 이유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핵심은 삼권분립이다. 국가 핵심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부로 나눔으로써, 어느 한쪽이 정부 권력을 독차지할 가능성을 줄이자는 취지다. 또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국민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일을 최소화하게 된다.

권력분립을 헌법에 명시하고, 그 원리를 바탕으로 정부를 세운 나라는 미국이 처음이다. 미국은 사법부, 다시 말해 법원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한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권력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지면, 이상적 민주국가가 된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정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국력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 독재국가의 경우 최고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럼에도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나온 이유는 바로 독재자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다. 지배 권력들이 서로 경쟁하고 견제할 때, 국민의 자유가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의 견제와 균형 절차에 따라 최근 에이미 코니 배럿연방대법관이 취임했다. 미국 역사상 5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역대 두 번째로 젊다(48세).



물론 인준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절차상 하자는 없었으나 정치적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미 대법관이 소수정당의 표를 한 표도 받지 못하고 인준된 것은 151년 만에 처음이다. 배럿이 대법관으로 가야할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단초이다.

배럿 신임대법관은 알려진 대로 보수 성향이다. 미국 법조계에서 그녀는 강경한 원전주의(헌법이 만들어진 당시인 18세기의 시각으로 헌법을 해석하는 입장)성향의 법관으로 통한다.

배럿의 합세로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도는 보수 6대 진보 3의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여성 임신중단 권리와 총기규제, 건강보험, 이민정책 등 주요 현안에서 보수적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미 대선 직후인 11월 10일 건강보험법인 오바마 케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헌소송 심리가 열린다. 민주당은 배럿의 등장으로 오바마 케어가 폐지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배럿 대법관 인준에 반대하고 새 대법관 임명을 대선 이후로 늦출 것을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발등에 떨어진 불은 대선이다. 불과 일주일 여 앞둔 시점이다. ‘보수 절대 우위’의 대법원의 완성이 보수표 결집 등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또한 미국민들이 선거전 시행을 기대했던 제2차 코로나 구호 패키지가 물 건너 갔다. 민주당 입장에선 두 가지 모두 분명 호재만은 아니다.

대선의 또 하나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우편투표 개표 시한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도 관심거리다. 우편투표 개표 시한의 연장 여부에 따라 두 후보 간 유불리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의 판결이 중요하다. 배럿 대법관은 노스 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에서 공화당이 제기한 부재자 투표 마감일 연장반대 소송에 참여한다. 그녀의 합류로 연방대법원은 연장 불가 판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해온 만큼, 대선 불복 소송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대선 후 투·개표 절차를 두고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배럿 대법관은 취임 직후 개인적 신념을 판결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류언론들은 이와 관련, 이번 인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승리를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또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잃더라도 지속될 유산”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법원 증원 등 대법원 구도를 돌려놓기 위한 민주당 움직임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서 통과시키면 된다. 그러면 대법원 판결이 무효가 된다.

가능할까? 불가능하진 않지만, 미국에서 헌법을 수정한다는 건 쉽지 않다. 상·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의 주에서 비준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이 헌법을 수정할 정도로 이번 대선에서 블루 웨이브(Blue Wave : 민주당의 선거 석권)를 이룰지 결과가 주목된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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