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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신용사회

우리는 흔히 현대를 신용사회라고 부른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법이 만들어졌고, 계약서가 까다로와졌고, 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기구가 많아졌는데, 굳이 신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내가 입밖으로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가 점점 줄어드는 세태를 역설적으로 지적하려는 것일까? 예전에는 누군가의 말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전해지면서 쉽게 변질되었기 때문에 진의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요새는 동영상으로 촬영이 되는 경우도 흔해서 그런 오해의 소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악의적인 편집이나 가짜동영상이 더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은 항상 양면성을 띠게 마련이다.

경제학자가 보는 신용이란 단어는 화폐의 공급량을 뜻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에서 총 100이라는 화폐를 발행했을 때,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은 100을 훨씬 넘는다. 대출이라는 형태로 일시적인 구매력이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은행에서 10을 빌리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총량은 110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신용화폐라고 부른다. 장부상에는 110이 있지만, 현금은 100만 존재하기 때문에 동시에 모두가 현금인출을 원하면 문제가 생긴다. 혹자는 이것을 보고 돈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말도 옳은 말은 아니다. 돈을 발행한 주체 (대개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한 돈은 여전히 구매력의 형태로 존재한다. 단지 인플레이션에 따라서 구매력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다.

언뜻 듣기에도 위험이 있어 보이는 이런 구조에서 모두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신용이다. 내가 애써 만든 물건을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뜻은 그 돈으로 다른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다. 그 믿음이 깨진다면 돈은 한순간에 화장실 휴지보다도 더 못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이런 현상을 경험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곳곳에서 믿음이 사라진 현상을 볼 수 있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기 때문에 뉴스에 나온 소식을 있는 그래도 믿을 수 없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도 그렇다. 자신이 관여한 회사의 기대실적을 부풀려서 말하고 뒤로 이익을 취하는 투자전문가도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제품이 효과가 좋다고 방송을 통해서 선전하는 의사도 있다. 식당주인에게서 돈을 받고 그 집이 맛집이라고 소문을 내는 소위 파워블로거도 많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역설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선의의 피해자도 많이 생겨난다. 사실 이런 현상은 누군가를 믿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과 그런 본성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또 다른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낸 합작품인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통령선거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장점이 있고 또한 결점도 있다. 정치인들의 말을 글자 그래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여전히 우리는 믿을만한 후보를 찾는다. 당연히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필자가 던지는 질문은 후보자 개인의 실력이나 도덕성과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좀더 서로를 신뢰할 수 있고, 분열보다는 화합으로 나가게 만들지에 대한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란 것이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그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성별로 나뉜 나라. 피부색으로 나뉜 나라. 종교로 나뉜 나라. 지역으로 나뉜 나라. 빈부로 나뉜 나라. 이런 나라를 좀더 연합시킬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좀더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인혁 교수 /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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