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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얘기] 니체가 말하는 삶 얘기(2)

▶무거운 짐을 말없이 감당하는 순종의 정신

‘인간 중심주의’ 의 모델로 제시한 ‘초인’ 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가치가 무의미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모델이다. 니체는 초인과 함께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해 나가는 이상적 ‘내면 발달과정’ 을 3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초인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필수 과정인 셈이다. 애틀랜타 독자들 스스로도 이 글을 읽어가며 자신이 현재 어느 내면 단계인지 함께 고민해보자.

이상적 내면의 정신단계 첫 번째는 ‘낙타’ 의 단계다. 사막에서 묵묵히 짐을 지고 가는 낙타를 상상해보자. 낙타는 뜨거운 태양 아래 물도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말없이 걷는다. 그러면서도 낙타는 전혀 불평이 없다. 삶에서 니체가 표현하고자 하는 낙타의 정신은 무거운 짐을 지는 정신이며, 복종하는 정신, 공경하는 정신, 억센 정신이다.

삶의 짐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아버지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함이 짐이다. 부부는 결혼 후 가장으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수행이 짐이다. 한국을 떠날 때 다짐한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함도 짐이다. 이 단계의 삶은 자신이 정한 목적을 가슴에 품고 무거운 짐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강인함 여부를 시험하고 확인하는 상태이다. 그래서 가장 무거운 짐을 일부러 짊어지고 이를 견뎌내고 쾌감을 맛보는 삶의 단계이기도 하다. 마치 고통스러운 마라톤 경주를 완주하고 나서 느끼는 기쁨처럼.



낙타의 정신은 세상에 태어나 내가 당연히 배우고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할 것들을 포용함이다. 나를 둘러싼 기존의 가치, 도덕, 관념 등을 싫다고 회피하지 않는다. 일단 그것을 견뎌내고 체험해 내기다. 순종과 복종하기다. 내가 살고있는 사회는 일정한 규범으로 되어있다. 올바른 인격 성장을 위해 마땅히 필요한 도덕과 관습을 익히고 따르는 것이다.

한편, 생각 없이 짐만 잔뜩 지고 간다면 성장은 없다. 지금 내 삶에서 나의 짐은 도대체 무엇인가. 당장 내가 지고가는 짐 중에서 가장 무거운 짐은 무엇인가. 내가 이 짐을 지고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장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삶의 고통은 무엇인가.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을 할 수 있어야 삶이 변화되고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무거운 짐을 져본 사람이 문제를 알 수 있고, 비로소 개선을 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도 없이, 남이 사는 방식과 기존 사회가 원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 나는 낙타의 정신단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상 말한 것들이 당장의 내 삶에 익숙하게 들린다면. 이런 것들이 매일 내 사색의 주요 제목이라면.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은 현재 낙타의 정신단계에 있는 셈이다.

▶남이 만든 가치를 부정하는 자유정신

낙타의 단계를 지나 찾아오는 내면의 정신단계 두 번째는 ‘사자’ 다. 동물의 왕 사자의 사자다움은 세상을 향한 ‘으르렁’ 이다. 즉 ‘사자후’ 다. 사자의 내면 정신은 ‘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부정하고 목소리 높여 소리치는 삶의 단계다. 남이 만든 이념이나 가치도 모순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내 가치에 위반되면 ‘지르기’ 의 단계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부정이고 파괴다. 억압과 불의에 항거함으로 자유를 쟁취한다. 그리고 이 자유의 정신은 나 스스로 삶을 정의하고 룰을 정한다. 내 삶을 구속하는 고리타분한 ‘남 얘기’ 는 단호히 거부한다.

사자의 정신단계는 오래전 남들이 만든 삶 법칙을 내가 고쳐 ‘내 멋대로’ 사용한다. 심지어 진리라고 믿는 도덕마저도 내 판단으로 결정한다. 왜냐하면 사실은 선악의 가치를 따지는 도덕도 시대에 따라, 또한 실현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로마 시대는 힘 있고 강하고 열정적이고 권력 있음이 선이었으며, 힘없고 나약함은 게으른 악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문화를 거치면서는 가난함과 약함, 힘없음이 선으로 강함과 권력은 악으로 둔갑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베푸는 기부가 똑같은 선은 아니다. 익명으로 매년 수억을 기부하는 기부천사의 행위와 동남아 해외여행에서 ‘갑질’ 하며 함부로 돈 뿌리는 ‘졸부’ 의 행위가 똑같이 선이 될 수 없다.

사자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남이 만든 ‘이념의 수행자’ 가 아닌 내 가슴속 ‘욕망의 실행자’로 살기다. ‘바람직한 것’이 아닌 ‘바라는 것’을 선택하는 삶이다. 사자는 혁명가다. 넘쳐나는 자유 정신으로 위험을 불사하고 때로는 일탈 행위도 한다. 스스로 규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자율이다. 내 ‘룰’로 자유를 쟁취하고 하기 싫은 일은 언제든 ‘아니오’ 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낙타의 내면이 내가 지고있는 짐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사자의 내면은 “내가 원하는 건이거야!”라고 크게 소리치는 단계다.

지금 질문해 보자. 나는 묵묵히 내게 주어진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강제된 짐을 과감히 떨치고 ‘나는 이걸 원해!’라고사자후를 토하고 있는가? 이미 둘 모두의 단계를 경험했다고? 그렇다면 다음 주 언급할 마지막 반전의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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