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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수 한인 연방의원시대를 맞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0년 대선이다. 유례없는 초박빙의 승부와 양극화는 결국 탈이 났다. 법정 공방과 재검표 요구가 이어지는 등 혼돈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개표결과 확정이 늦어지고, 소송전을 불사할 경우 미국 사회가 극심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대선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미주 한인들에게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미국 이민사상 처음으로 복수의 한인 연방의원들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김창준 전 의원이 1992년 미 의회에 당선된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이 된 후 28년만의 쾌거다.

11월 3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른 연방하원의원 선거에는 모두 한국계 후보 다섯명이 도전했다. 앤디 김 하원의원은 재선에 나섰고, 매릴린스트릭랜드(민주·워싱턴 10지구) 전 타코마 시장, 영 김(공화·CA 39지구) , 미셸 박 스틸(공화·CA 48지구), 데이비드 김(민주·CA 34지구)후보 등은 첫 등단을 노렸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승전보를 울린 후보는 매릴린스트랙랜드 전 타코마시장이다.



개표 초반 일찌감치 과반수를 넘는 지지를 얻으며 당선을 확정했다. 스트랙랜드의 당선으로 김창준 전 의원과 앤디 김 의원에 이어 미국 역사상 3번째 한국계 연방 의원이 탄생했다. 그녀는 한국계 여성 최초의 연방하원의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인 1967년 미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타코마에 정착했다. 8년간 타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거쳐 최근 광역 시애틀 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현지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의 딸’이라고 밝히고, 홈페이지에는 ‘순자’라는 한국 이름을 소개하는 등 한국계의 정체성이 뚜렷하다. 지역 한인사회에서도 후원회를 결성, 선거 지원을 하는 등 승리에 힘을 보탰다.

유일한 현역 한인 연방하원의원인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이민 2세인 그는 데이비드 릭터 공화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했다.

아직 확정된 결과는 아니지만, 캘리포니아에서도 2명의 이민 1.5세대들이 고지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셸 박 스틸 후보와 영 김 후보 모두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5일 현재 5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며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위와의 격차가 너무 적은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영 김 후보는 민주당 길 시스네로스 위원과 리턴 매치를 벌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전역 선출직 후보 2000명 가운데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후보로 그녀를 지목한 바 있다. 공화당 하원 스타로 뜰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미셸 박 스틸 오렌지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장도 민주당 텃밭인 CA에서 공화당 깃발을 꽂는 데 일조했다. 박 후보는 그동안 한인사회 권익을 위해 앞장서 왔다. 지역구가 아님에도 LA 한인타운 중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적극적이다.

미주 한인사회는 김창준 전 의원이 3선을 역임한 이후 한동안 워싱턴 정가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2년 전 앤디 김 의원이 20년 만에 명맥을 잇는 데 성공하더니 올해 대박(?)을 터트렸다. 많게는 4명의 연방하원의원을 배출한 것이다. 게다가 한인 의원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골고루 분포된 것도 이상적이다.

그동안 미주 한인사회가 추구해온 주류사회의 진출이 이제 막 봉우리를 맺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시작이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인 정치인들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도록 거름을 주는 일은 한인사회의 몫이다.

이들의 뒤를 이를 차세대 정치인들도 계속해서 배출되어야 한다. 연방의회뿐만 아니라, 각 주의회에도 더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미주 한인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LA를 비롯한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댈러스, 시카고 등 한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은 더욱 어깨가 무겁다.

더 나은 미주 한인사회의 건설하고 주류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 현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열매도 많이 맺는 법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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