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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탈북자의 설음

나라를 잃은 사람은 불쌍합니다. 2000년전 나라를 빼앗기고 유럽과 아프리카로 떠돌던 유대의 디아스포라도 비참했고 1974년 사이공 함락 이후 보트를 타고 동남아를 헤매던 월남 사람들도 비참 했습니다. 그들을 환영하는 나라는 아무 곳에도 없었고 모두들 귀찮아 하고 천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의 나라가 있는데 무국적자로 취급을 받으며 설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탈북자들 입니다. 한국 전쟁 당시 평양에서 대구로 피난을 가서 피난민 수용소에 있다가 삼덕동의 철도 관사의 석탄광을 빌려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화장실도 없고 수도도 없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면 주인의 눈치를 보고 괄시를 받으며 하루에 한 번 정도 일을 치르고 나머지는 동네의 전선주가 화장실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내 피난민 때문에 몬살끼다. 데럽고 냄새 나고 시끄럽고"하며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요. 물이 없으니 목욕도 못 하고 세수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전선주에 매일 소변을 보니 냄새도 지독하고….

지금의 탈북민이 이런 신세겠지요.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 하여도 누구의 말처럼 지옥과 같은 고비를 여러 번 넘어야 자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이 되어 죽거나 수용소에 갈 수도 있고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 갈수도 있습니다. 많은 여자들이 중국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성노예로 팔려갔다고 증언을 합니다. 그러다 태국으로 빠져 나와 한국에 들어오게 되어도 한국정부나 사회는 귀찮다고 고개를 흔듭니다. 김대중 정부 때 어선을 타고 탈북한 어부가 중국에 있는 한국영사관에 갔더니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느냐는 직원의 말에 통곡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식당 종업원 10여 명이 탈북을 하여 한국에 왔는데 한국의 민변 변호사들이 그들이 한국에 온 것은 강압적이었다고 하면서 북송을 해야 한다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일도 있습니다.

며칠 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42세의 한성옥이라는 탈북 여성과 6살된 아들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 달에 9 만원짜리 월세방에 살았는데 집세와 전기세가 16개월이나 밀리고 수돗물이 단수가 된지 몇 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단수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수도국 직원이 들어가보니 미이라처럼 마르고 썩은 시체는 죽은 지 2개월이 된 것 같고 집안에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고 고춧가루만 한 주먹 있더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시민단체가 많이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위한 시민단체는 동상을 여기저기 세우고 집회를 하고 TV에 인터뷰도 하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탈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성노리개로 팔려가는 것은 외면하시나요. 탈북자를 위한 정부의 기금이 1년에 5억원이고 탈북자의 가족에게 한 달에 10만원(94 달러)이 전부입니다. 탈북자들이 도움을 청하러 가면 그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탈북자들은 사람이 아닌가요.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온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것이 평화적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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