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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코비 브라이언트의 ‘장기 근속’

얼마전 유명을 달리한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도 직장(LA레이커스)을 떠나고 싶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4년에는 팀동료 샤킬 오닐과의 갈등 탓에 팀을 떠나겠다고 언론에 흘린 바 있다. 2007년에는 팀 전력에 불만을 품고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다행히 2004년에는 레이커스가 오닐을 히트(마이애미)로 트레이드 했고, 2008년에는 파우 가솔을 영입, 코비의 마음을 달래 주었기 때문에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코비가 한 팀에서 20년간 장기근속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이를 고용법 현실에 비추어보자. 직원이 회사를 스스로 그만 두었다 해도 고용주가 해당 직원이 회사를 떠나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면 이는 ‘실질적 해고(constructive discharge)’라는 명목으로 부당해고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된다.

최근 실질적 해고를 당했다며 한인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원고들이 급증하고 있다. 소송을 당한 고용주들은 직원이 스스로 그만 뒀는데 “왜 부당해고냐”며 황당해 한다.



그만둘 수밖에 없던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주장하려면 캘리포니아 대법원이 규정하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해당 기준은 종업원이 그만 둘 때 고용주가 의도적으로 종업원이 참을 수 없는 직장 내 악조건 상황을 만든 경우다. 또한 이 경우 고용주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소송을 제기한 원고(직원)가 증명해야 한다.

실질적 해고를 결정하는 기준은 객관적으로 근무환경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지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실질적 해고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레이커스 구단이 코비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알면서도 방치함으로 코비가 팀을 떠났다면 이는 실질적 해고에 해당된다.

최근 한국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운영 과정에서 불거진 병원 고위층과의 갈등 때문에 10년 동안 맡았던 외상센터를 그만뒀다. 이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상센터 인력과 예산 부족 때문에 병상이 없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며 “오랜 기간 간호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고 털어 놓았다.

이 교수는 이처럼 외상센터 의료진에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경우도 병원측이 이 교수가 참을 수 없어 그만 둘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었거나 알면서도 이를 허용했다면 실질적 해고에 해당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실질적 해고 조건에 가장 객관적으로 해당하는 경우가 바로 한국의 윤석열 검찰 총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수사팀을 해체하고 윤 총장 측근들을 좌천시켰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이는 미국법 관점에서는 분명 실질적 해고 사유에 해당된다. 윤 총장이 소신을 지켜가며 끝까지 버틸 것인지, 실질적 해고를 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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