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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 무대를 위하여

불을 밝히고 둘러선 사람들 가운데 둥그런 공간이 마련되고 시선이 모인다. 듣고 볼만한 무엇이 그 마당에서 펼쳐질 것인가 호기심이 높아진다. 이때 썩 나서는 인물이 있다. 부채 하나 들고 구수한 입담이 좌중을 압도한다. 옆을 지날 때 그저 자그마한 사내에 불과하던 촌부가 갑자기 허우대 그럴싸한 장부가 되어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동반하는 풍악이 있으면 무대는 더욱 열기가 높아진다.

불빛 휘황한 가운데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훔친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동자를 한 곳으로 모으며 한 계절 황홀한 무대를 꾸며낸다. 사람들은 뛰어난 기량이 폭발하는 무대를 그리워한다.

텔레비전을 통하여 참으로 많은 무대가 소개된다. 예전 흑백 화면으로 만들어 내는 향수 어린 화면은 소박한 화려함을 만들고 있어 웃음 짓게 한다. 첨단 장비로 엮어내는 정말 호화찬란한 영상은 우리를꼼짝 못 하게 하며 쉴 새 없이 다음다음 대단한 재주를 이어 간다. 오래전 한국의 한 공연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몇 개 조명으로 무대를 꾸미지만 앞서가는 곳에서는 수십 수백 개의 조명으로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지요. 지금은 어느 동네나 수많은 조명과 첨단 기술로 만들어 내는 영상으로 정말 좋은 무대를 만들어 낸다. 흑백텔레비전 시대에 활동하던 어느 원로 연예인이 부러움에 찬 감탄을 한다. 지금 이런 무대가 정말 부럽다. 이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훌륭한 공연이 되었을까.

좋은 무대를 갈망하는 재주꾼들의 끊임 없는 노력이 도처에 넘쳐 나고 있다. 노래 솜씨, 그림 솜씨, 이야기 솜씨, 명품을 만드는 솜씨, 연기 솜씨, 악기 솜씨 등 끝없는 재능들이 말 그대로 끝없이 등장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 또 이러한 솜씨들을 드러내는 무대 역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지며 이들을 세상으로 끌어내고 소개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잘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재능을 볼 수 있음은 큰 행복이다. 심심해지기 쉬운 우리 삶의 길 위에서 웃음과 위로를 주는 무대의 역할이다. 무대를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이다.



일인 방송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가진 무엇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면 만들어진 동네 마당에서 보여주거나 무대 만들기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야 했다. 많은 사람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이전에 수단이었다. 이제는 발전된 인터넷, 디지털 기술이 마련한 시스템을 빌려 한 사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일인 방송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무대를 이용하고 무대를 만들고 또 수많은 사람이 무대에 나서고 그 무대를 바라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대를 반기는 사람들에게 끝없는 혜택을 주고 있는 때를 만나고 있다.

피리를 엄청나게 잘 부는 인물이 있다. 어느 때 어느 곳에 그러한 피리 부는 솜씨가 필요한 지경이 되었다. 마침 그곳에 서게 된 그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내게 피리가 있고 나에게 피리 부는 솜씨가 있음은 이때를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그렇게 마련된 무대에 성큼 나서게 된다. 사람들에게 그런 무대가 늘 준비되고 제공되고 있을까. 무대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며 오랜 시간 음지에서 그 능력을 연마하던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본다. 내 무대를 위하여 쏟아부은 정성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진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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