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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나를 사랑해도 좋을까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는 식견이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길을 떠나는 사람의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그 사람은 길을 헤메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룻길이 넘는 곳이라면 어딘가에 자리를 펴고 편안한 잠을 청할 수도 있고 내게로 오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목적지가 분명치 않으면 그는 늘 불안과 두려움으로 편안한 밤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의 미래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 답을 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매일의 행보와 생각이 그 사람의 인격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것이 자연스레 우리의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되지 않을까. 허황된 욕심으로 되지도 않을 일로 부산을 떠는 것을 말할 때 우리는 뜬구름 잡는다라고 말한다. 일확천금을 노린다라는 말도 같은 의미의 말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도 있다.

어떤 분이 자식의 능력보다 훨씬 높은 최고의 대학진학을 위해 금식하며 기도 한다고 하자. 금식과 기도 그 행위 자체는 높이 살 일이지만 그분이 해야 할 일은 자녀에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과 일상의 환경을 만들어줌으로 자녀가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편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복권이 당첨되어 대박을 터뜨리게 해달라고 꿈꾸시는 분도 있다. 그러면 선교지에 교회도 세우고 우물도 파고 교회에 큰 헌금도 하겠노라고 기도하는 분이 있다면, 그 꿈에서 얼른 깨어나기를 바란다. 내 마음이 하나님의 뜻에 맞춰지기를 바랄 뿐, 내 마음이 하나님의 뜻이 되기를 기도하지 말라. 주님과 동행한다는 것과 주님을 내 조수로 고용해 내 뜻대로 부리려 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운전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친구를 만나다가, 여행을 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음식을 만들다가,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빨래를 하다가, 자녀방을 청소하다가, 그냥 지나치지 마시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다가, 악기를 연주하다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그 순간을 마음에 담아내기를 바란다. 낙엽이 물든 나무 아래서, 눈 내리는 창가에서, 파릇파릇 솟아나는 새싹을 보듬으며, 장대 같은 소나기를 바라보면서, 내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나를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하루 하루 주님과 함께 걷다 보면 나의 미래는 그 길 위에 놓여지게 될 것이다. 허황된 꿈도, 일확천금도 아닌, 평범한 하루 하루가 쌓여 싹이 되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내가 바랄 수 없는 놀라운 길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위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길은 지나온 삶의 작은 시간들이 깔아놓은 결과이다. 내게 다가오는 삶의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기뻐하며 때론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것, 그게 바로 주님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입증이 아닐까? 내가 걸어야 할 오늘 하루를 충실히 걷다 보면 불확실한 미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늘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그대로 미래를 향해 펼쳐지게 될 것이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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