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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사막의 춤 -두바이 아부다비 여행기(4)

두바이 여행 이틀 동안은 실망스러웠다. 나는 아랍의 현대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 문화, 전래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흘째 사막 사파리에서 진정한 사막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행은 4WD 자동차 편으로 사막으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자동차는 타이어 바람을 약간 빼고 모래 언덕길을 달렸다. 방글라데시 청년은 Sand Dune을 춤추듯이 운전했다. 곡예였다. 차는 평지를 가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지는 언덕을 핸들을 요리조리 꺾어가며 달렸다. 운전을 잘못하면 차는 모래 언덕에 처박혀 죽지는 않겠지만 크게 다칠 것 같았다. 차 안 라디오에서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사막에는 썰매 같은 오픈카를 비롯해 30~40대의 차들이 레이스하듯 달리고 있었다.

20여 분을 달린 후 사막 가운데에 잠시 섰다. 바람에 모래알이 눈으로, 귀로, 입으로 들어왔다. Jeannette Walls의 자서전 ‘The Glass Castle’에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사막에서 회오리바람을 만나면 우리 몸의 열린 부분(눈, 귀, 입)을 틀어막고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구부려 엎드리고 있어야 한다. 모래언덕은 파도 많은 바다 같았다. 큰 파도가 배를 기우뚱하게 하듯이 모래 언덕은 차를 갈지자로 달리게 한다. 모래 파도였다. 잠시 귀를 기울이고 사막의 노래를 들었다. 광활한 모래 나라의 바람은 전설을 전해 주었다. 유목민들은 낙타를 타고 물을 찾아다녔고 무역을 했다. 아랍에는 왕과 추장들의 전설을 담은 1001개 스토리(Arabian Nights)가 전래하고 있다. 사막을 질주한 사람들은 한데 모여 노래를 불렀다. “사막에서 나는 당신을 그리워한다. 목마르게 비를 기다리듯이” “당신은 사라졌다. 더 좋은 곳을 찾아 우주의 다른 곳으로 갔지.”

어두워지기 전에 낙타를 탔다. 누워 있던 낙타가 벌떡 일어나는 순간 놀랐다. 불과 5분도 안 되는 걸음이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사막의 밤은 빨리 오고 서늘했다. 사막 한가운데 무대가 마련되고 200여 명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옥수수가 특히 맛이 있었다. 술이 귀한 나라인데도 맥주와 와인이 나왔다. 잠시 후 무대에 무희가 올라 요염하게 배꼽춤을 추었다. 여인의 눈을 응시해도 범죄로 간주하는 아랍법이 엄연한데 무슨 반나체 춤이란 말인가.

하늘에서 사막의 별을 찾았다. 멀리 여행을 떠난 것인가. 애리조나 사막에서 보았던 별들의 합창은 없었다. 사막에 불이 꺼지고 짙은 어둠이 내렸다. 자동차는 희미한 별빛을 따라 다시 춤추며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로를 찾았다. 사막은 풍부하고, 신비롭고, 비어 있었다. 상상력으로 빈 공간을 채웠다.



내가 가 본 사막은 모하비, 애리조나, 네바다, 바하 캘리포니아(멕시코)의 일부분이다. 사하라, 고비 사막, 오스트레일리아, 리비아, 몽골 사막도 가 보고 싶다. 사막을 떠나면서 사막의 노래, 춤을 아쉬워하고 사막의 꿈을 꾼다. 영어의 Desert는 사막이라는 의미 외에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 있다. 그렇다. 사막을 떠나는 나는 다시 사막을 찾지 않을 것이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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