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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설마’와 ‘혹시’ 사이의 코로나19

‘설마’해서다. 미 프로농구(NBA) 유타 재즈팀의 선수인 뤼디 고베르는 자신만만했다. 설마 자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0)에 감염됐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지난 11일 오클라호마와의 경기가 열리기 35분 전 그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는 물론 취소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나오기 이틀 전, 그는 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면서 일부러 마이크와 테이블을 쓰다듬으며 ‘설마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겠어’라며 객기를 부렸다. 설마가 불러온 후유증은 컸다. 그렇지 않아도 무관중 경기를 고민하던 프로농구 사무국은 선수의 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바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혹시’해서다. 지인의 아들이 찾아와서 당분간 어머니랑 식사를 같이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아들은 혹시라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걱정해서란다. 자신은 젊으니까 이겨낼 수 있겠지만 나이 든 어머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안 되니까 당분간 만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혹시가 불러온 생이별을 통보하고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섭섭하기 짝이 없다.



‘설마’와 ‘혹시’는 많이 닮았다. 둘 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반응한다. 다른 게 있다면 설마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날 것이라는 데 편을 들고, 혹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 편을 드는 것뿐이다.

설마와 혹시의 차이를 설명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건물이 무너졌다. 경찰이 관계자를 불러 물었다.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왜 사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소?” 관계자가 답했다. “설마 무너지기야 할까 생각했지요.” 경찰이 다시 물었다. “그럼 중역들은 왜 대피시켰소?” 같은 관계자가 답했다. “혹시 무너질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도 설마와 혹시가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설마 내가 걸렸겠어’라는 이유 없는 자신감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은 사람도 문제고, ‘혹시 내가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으로 세상을 등지고 숨는 사람도 문제다.

설마와 혹시에서 앞 자만 따오면 ‘설혹'이 된다. ‘설혹’은 ‘설마’와 ‘혹시’의 딱 중간에 있다. ‘설혹’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자. ‘설혹’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도 의연하게 대처하자. 너무 자만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설마’나 ‘혹시’ 모두 어차피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말 아닌가.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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