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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세계 엿보기(21) 손만 잡아줘도 괜찮아

생명의 탄생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어떨까? 젊은 사람의 예기치 못한 죽음에는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그의 빈자리에서 오는 삶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응급실 안내 데스크에서 환자의 가족을 환자 가족 대기실로 안내를 해달라는 요청 전화가 왔다. 30대초의 젊은 남자가 샤워하다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쓰러져서 병원으로 이송되어 심폐소생술(CPR)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환자의 가족들은 그들의 차로 병원에 도착했기 때문에 환자가 숨진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응급실 로비에서 환자 가족을 만나 채플린이라고 소개를 하고, 환자 가족 대기실로 안내를 해드리겠다고 했다. 내가 채플린이라는 말에 환자의 아내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거의 주저앉듯이 하며 “당신이 채플린이라구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제발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울부짖었다.

나는 “네. 저는 당신들을 대기실로 안내할 뿐입니다. 전문의사나 간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라고 했다.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며 걸어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을 대기실로 안내한 후 의사를 만나 가족들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의사는 곧바로 대기실로 가서 자신을 소개한 후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나는 조용히 의사와 가족간의 대화를 경청했다.

모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던 의사가 이야기를 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맥박이 거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맥박이 돌아오는 듯 했지만, 다시 약해졌습니다. 의료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다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계속된 심폐소생술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었습니다. 결국 환자분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조용히 의사의 이야기를 듣던 가족들은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며 “Oh My God! Oh my God”을 계속해서 되풀이 했다. 담대하게 조용히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환자의 아버지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절망감은 감출 수가 없었다. 대기실로 이동 중에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고 했던 환자의 어머니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눈물을 흘리며 “Oh my God. 이것은 현실이 아니예요. 아직 젊은 아이인데 이렇게 떠나갈 수는 없어요. 아들이 없이는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제발 아들을 다시 살려 보내주세요.”라고 외쳤다.

나는 어찌할 줄 몰라 하는 환자의 아내와 어머니에게 다가가 휴지를 전해주고 안아 주며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어 정말 유감입니다.”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살리지 못하고, 환자의 죽음을 가족들에게 알려야 하는 의사들도 많은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그때 채플린이 함께 해주는 것이 영적 돌봄이다.

캐시 피터슨(Cathy Peterson) 작가는 말기암 진단을 받은 남편을 돌보는 과정과 남편의 죽음 이후 몇 해간의 삶을 기록한 책 ‘애도 수업’(Flashlight Walking)에서 “질병이나 사별을 겪은 사람에게 애써 억지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보다는 손만 잡아줘도 된다.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른다면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것이 좋다. ‘뭐라 위로 드릴 말이 없다.’라고 말이다”고 썼다. 오늘 당신의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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