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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미스터 송'으로 불러주세요

송 훈 / 수필가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이름 대신 직분에 맞춰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다양한 호칭이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세분화되면서 호칭도 여러 형태로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때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최고였던 때가 있었다. 중년 이상의 남자들한테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일단은 실수는 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 한국의 어느 골프장에서 캐디가 어떤 손님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렀다가 혼난 적이 있다고 한다. 왜 회장님한테 사장이라고 부르냐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호칭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한 업종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에게 전문성 운운하며 호칭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미국에서 오래 살던 분이 한국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지 문병을 갔다가 곤욕을 치렀다. 간병인에게 '아줌마'라고 불렀다고 입었던 가운을 벗어 집어 던지며 화를 내고 그냥 가버리더라는 거다. 요즘 한국에서 통용되는 간병인에 대한 호칭은 '여사님'이란다. 집안일을 도와주러 오는 도우미 파출부에게도 '이모님'이나 '여사님'이라고 불러야 일을 잘 해 준다고 하니 참 세상 많이 바뀌었다.



간호사는 '간호사 선생님', 식당에서도 젊은 여자분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면 안 되고 '언니', 조금 나이 드신 분한테는 '이모님', 택시 탈 때는 '기사님'이나 '기사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아저씨'라고 하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담은 적절한 호칭은 바람직한 것이긴 하나 어딘가 좀 어색하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고 인간적인 체취가 없어진 느낌이다. 무릇 언어나 호칭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것이니 따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해외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한국 가기 전 호칭에 대한 특별 과외라도 받고 가야 봉변을 당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한인사회에서의 호칭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남자들한테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자영업 비율이 타인종에 비해 월등히 높아 실제로 '사장님'이 많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서로 무난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호칭은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존경이나 인품을 떠나 특별히 다른 호칭도 마땅찮거니와 일단 나이가 드신 분들한테는 예의상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크게 손해는 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일 것이다.

교회에서는 모두 형제, 자매라고 하지만 직분에 따라 호칭도 다르다. '집사님' 이란 호칭도 많이 쓰인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니 마켓이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여기저기서 '집사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혹시 '장로님'한테 집사님이라고 불렀다가는 실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남들에게 불리는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영어로는 남자들한테 'Mr.'만 붙이면 최고의 존칭이라고 한다. 대통령한테도 "Mr. President"라고 하지 않는가.

앞으로 나는 누가 '미스터 송'이라고만 불러주면 최고의 호칭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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