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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박 전 대통령의 '포토라인'

[LA중앙일보] 발행 2017/03/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03/19 22:17

찍거나 찍힌다. 사진은 사회적이다. 프레임 속은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시선과 감성이 꿈틀댄다.

사진은 금빛훈장이자 주홍글씨다. 영광도 몰락도 -그것이 아무리 고차원의 복잡한 상황이라도- 단순한 2차원 평면에 담긴다. 정치적이고 단호하다.

오늘 우리는 또 한 번의 역사를 지켜보게 된다. LA시간 20일 오후 5시3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출두한다. 지난 주말 변호인 측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고, 삼성동에서 대응 전략에 몰두해 온 것을 보면 이번엔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2009년 박연차 게이트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에서 검찰의 출장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포토라인(photo line)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잠시 머물러야 한다. 2007년 2월 LA방문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다 보니 눈이 많이 아프다"고 하기도 했다.

포토라인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사실상 공식적으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라 초미의 관심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물의를 일으켜 죄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다.

검찰 소환 대상자들에게 포토라인이 부담스러운 것은 '낙인(烙印) 효과' 때문이다. 사진은 때로 낙인이다. 안 좋은 일과 관련해 언론에 사진이 나가는 순간, 사람들은 이미 죄인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시쳇말로 '찍히는 것'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포토라인이란 취재 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미리 막을 목적으로 설정하는 경계선이다. 취재진은 그 선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취재 활동을 한다. 박 전 대통령 포토라인은 출입문 양옆으로 설정됐다. 두 포토라인 사이의 간격은 7m가량이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 현관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뒤 다섯 칸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이 끝난 지점에서 출입문까지의 거리는 5.

수 초의 포토라인 이후는 검찰과 변호인간의 길고 긴 '창과 방패' 싸움이다.

이미 상당 부분 양측의 추궁과 방어 논리가 공개된 상황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대질신문 성사 여부다.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과 마주하게 될지 주목된다. 대질신문은 피의자나 참고인, 증인 등이 말한 내용 사이에 모순이 있을 때 이들을 대면시켜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크지만, 검찰은 "조사 방법은 얘기할 수 없다"고 해 여지를 남겼다. 안종범, 최순실과 마주 보며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면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치욕에 가까울 것이다.

검찰조사 하루 이틀 뒤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학습 효과' 때문이다.

평범한 일반 국민에게는 조사 도중 점심과 저녁 메뉴도 관심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과 죽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식당에서 시킨 곰탕으로 식사했다.

대통령들이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사진 찍히는 대한민국의 초상이 답답하다. 하지만 이러한 뜨거운 담금질에 의한 인두는 낙인이 아닌, '명품 민주주의'라는 브랜드를 찍기 위함이라는 것을 믿는다.

포토라인의 寫眞…베낄 사, 참 진. 진실은 바로 나올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일성처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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