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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절에 필요한 가족 예절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2/13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2/12 20:25

한국에서 설날이 다가오면서 친구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 여행을 오니 여러 편의를 봐달라는 것이다. 미국에 10년 이상 살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던 명절이란 '개념'이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명절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설날에 대한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서 '명절'의 의미가 지난 20여 년 동안 어떻게 극적으로 변해왔는지 느꼈다. 어렸을 때 명절이 되면 항상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지상을 장식했던 제목들은 비슷했다. '이제는 고향에서 부모님이 올라오는 역귀성 시대.' '명절준비 백화점은 붐비고 재래시장은 찬바람' '경부고속도로 연휴 전날 밤부터 막히기 시작할 듯'

최근에도 명절을 맞아서 귀성을 하는 인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된 기사는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연휴를 이용해서 갈 만한 여행지나 설날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휴기간 텔레비전 방영표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명절의 의미가 바뀐 것 같다. '사람 된 도리로서 반드시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날'에서 '사정이 되면 모여서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의미가 바뀌니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명절은 이제 끝없이 음식을 해야 하는 '며느리'들에게만 힘든 날이 아니다. 가족들과 부대끼며 지내야 하는 명절의 존재에 염증을 느끼는 30대 이하의 푸념은 인터넷을 메우고 있다.

소중하게 장난감을 모으던 한 청년은 '애들 장난감 네가 갖고 놀지 말고 조카나 주라'는 집안어른들의 성화가 힘들다고 털어놓는 글을 올렸다. 비슷한 상황에서 장난감을 절대 못 만지게 하고 아예 방문을 잠가서 장난감을 모두 지켜냈다는 글은 통쾌하다며 '사이다'라는 반응을 받았다.

고등학생에겐 대학을, 대학생에겐 취업을, 직장인에겐 결혼을, 기혼자에겐 출산을 묻는 '집안어른'들의 끊임없는 질문세례는 명절이 싫은 대표적인 이유다. 성적이 안 좋은 고등학생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취업준비생은, 아직 애인도 없는 성인은, 애 낳을 생각이 없는 부부는 툭 던지는 질문조차 괴롭다.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집에 있거나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여행을 가는 게 훨씬 속 편하다.

달라진 명절의 풍속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족'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범위가 세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젊은층들은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먼 친척들을 자신의 살가운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년층 사이에서는 반면 '가족끼리 그런 것도 못해줘?'나 '가족끼리 그런 얘기도 못하나?'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공동체주의와 가족중심주의가 단단하던 대한민국에도 이제는 '가족 예절'이라는 것이 생겨야만 한다. 간단하다. 상대방이 듣기 싫은 얘기와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면 된다. 꺼리는 주제를 피하고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명절이 싫을 이유는 없다. 가족간에도 사생활을 존중해주면 가족이 모이는 자리는 더 즐거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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