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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힐빌리의 노래' 속 숨겨진 미국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2/26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8/02/25 16:41

지난 해 각계의 찬사를 받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최근에 읽게 됐다. 힐빌리는 애팔래치안 산맥에서 농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자주 쓰인다. 책의 저자인 JD 밴스는 전형적인 힐빌리다. 공업이 쇠락해가는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마약에 중독되고 아버지는 수 차례 바뀌는 등 최악의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산골마을을 벗어났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마을을 탈출하고 성공했는지를 과시적으로 이야기하려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체 왜 힐빌리들이 비참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필사적으로 생각한 결과를 책에 풀어놓으려 한다. 학술적인 책과는 다르게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주로 하고 있어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저자가 얘기하는 현실은 처참하다. 주인공이 살던 도시 미들타운은 전형적인 러스트벨트 도시다. 한때는 철강공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고 그 결과 마을은 발전했다. 하지만 철강공장이 파산하면서 동네엔 일자리가 없다. 도시의 산업구조가 무너지면서 전체 마을이 망가진다.

일자리가 없고 허드렛일만 있다 보니 부부는 싸우게 되고 가정폭력은 일상화 돼 있다.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에 빠지기도 하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셀 수 없다. 아이들은 당연히 방치된다. 일찍부터 약물에 빠지기도 한다. 당연히 학교를 그만두거나 다닌다 하더라도 대학에 가려는 생각은 없다. 모두가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섣불리 마을을 벗어나지도 못한다. 힐빌리의 노래의 부제가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인 이유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지만 힐빌리들은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소비를 멈추지 않고 가난하게 산다.

밴스는 고등학교 때 운이 좋게 할머니와 살 수 있게 됐고 불안한 가정을 벗어났다. 어머니를 떠나서 안정적인 환경이 되자 자연스럽게 학교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그 결과 해병대를 다녀오고 대학에 진학했으며 예일 로스쿨을 졸업해 현재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고생이 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모습들을 뒤늦게야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밴스는 해병대에서 처음으로 수표를 쓰는 법과 이자율의 개념, 은행의 차이점 등을 배웠다고 한다. 직장면접 때는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고 배운 것은 로스쿨에 들어가고 나서다. 산골마을의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의 삶'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방증이다.

대도시에 사는 이민자들은 힐빌리를 비판하곤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반이민과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을 지지하고 인종차별을 일삼는' 존재로 그려지는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과 의견이 아무리 다를지라도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이상 그들이 왜 그런 입장을 가지게 됐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포용해야하는 것이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중문화나 미디어가 세련된 도시의 삶을 그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비춰볼 때 힐빌리의 노래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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