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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인교회 출석과 한국인 정체성은 별개"

다음 세대 잃어가는 한인 교회 <4ㆍ끝>

한인 2세 나이 들어 다시 한인 사회로
오히려 1세보다 정체성 교육 관심 많아

교회들 돌아오는 2세 수용 준비해야
"그렇지 않으면 유랑하는 세대 될 것"

1세 교회들 세대 교체 통해 전환 필요
교회 밖에서 하는 특수 목회도 요구돼




한인 이민교회의 미래를 고민할 때다. 최근 공영 라디오 방송 KPCC가 이민 교회 내에서 한인 2세들이 겪는 정체성의 고민을 보도했다. 1세와 2세간의 사고방식의 차이, 언어 및 문화적 차이로 세대간의 간극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래의 한인 교회는 어떤 형태로 생존 또는 지속돼야 하는지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가운데 한인 2세들의 독립된 형태의 교회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한인 이민 역사가 100여 년이 넘어서면서 이제는 한인 사회에서도 3세 또는 4세까지도 자녀 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언어적, 문화적으로 완전히 영어권이기 때문에 한인교회보다는 대개 주류 교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영어권 한인들만 주류 교회에 출석하는 건 아니다. 최근 백인 중심의 미국 교회들도 다민족 교회로 사역 방향을 틀면서 한국어권 한인들도 상당수 눈에 띄는 게 특징이다.

선밸리 지역 유명 교회인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담임목사 존 맥아더)의 경우 이미 지난 2014년부터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비롯한 한국어 성경공부, 한국어 웹사이트까지 개설했다.

이 교회 김상우 집사는 "미국 교회지만 다양한 인종이 출석 중이며 한인들의 경우 2세까지 합하면 수백 명에 달한다"며 "또 언어 장벽을 허물면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교인들도 많은데 점점 한인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주류 교계로 편입되는 흐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이크포리스트 지역 대형교회인 새들백교회(릭 워렌 목사)에도 이미 한인들은 많다.

이 교회 출석 중인 로이 박(34)씨는 "한인 교회를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불편해 하는 2세들이 상당수 출석 중"이라며 "아무래도 미국적인 사고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미국 교회를 선택했지만 언젠가는 한인 교회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교계에서는 한인 2세, 3세들이 주로 ▶미국 교회 ▶한인교회 내 영어권 공동체 ▶한인 2세만의 독립된 한인 교회 등 크게 3가지 종류의 교회에 속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인 2세 조나단 윤 목사는 "영어권 한인 2세 부모들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오히려 1세보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2세들은 주류사회에 동화되길 원하는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오히려 2세들은 완전히 미국화 된 그들의 자녀에게 오히려 뿌리 교육을 중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러한 경향은 한인 사회와 관계성이 약했던 2세들이 나이가 들면서 다시 한인 사회로 회귀하는 특이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인사회로 다시 돌아오는 2세들을 한인 교회가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한인 2세 레이 김(라이트하우스교회)씨는 "물론 요즘 미국에서는 다민족 교회가 새로운 형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안에 한인이나 소수 인종 교인들은 결국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소수인종으로서 한인사회나, 미국사회에서 어중간하게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결국 이들이 한인사회로 돌아갔을 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받아주고 해결해줄 수 있는 교회가 있는지 의문이며 만약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2세들은 유랑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하루빨리 1세 교회의 운영 구조 및 목회 방식도 세대 교체 등을 통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트리니티신학대학 피터 차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강연회(한인 2세 기독교인의 종교 성향과 경험)에서 "현재 2세들 가운데 70~80%가 한인교회를 떠나 백인 교회, 2세들이 설립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며 "하지만 중년이 된 2세들은 3~4세들의 정체성을 위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1세만을 위한 목회는 줄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2세들의 교회 내 고립화 문제도 서서히 발생하고 있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는 "요즘 한인 2세 교회나 영어권 공동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민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2세 교인들의 고연령화 문제도 심각하다"며 "아주 젊은 3세 교인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40대 이상의 2세들만 증가하다 보니 그들도 다음 세대에 대한 대책 마련에 시급해한다"고 전했다.

이는 특수화된 한인 이민 목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교회뿐 아니라 한인사회 내 모든 기관에 해당되는데 미래의 정체성 교육은 지금처럼 한인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기보다 그 영역 밖에서 별개의 형태로 다양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한 예로 미국 교회나 미국 직장에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별개의 모임 등을 통해 정체성의 고민을 토로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특수 목회들이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이미 한인 2세들이 특정 교회 사역에 얽매여 활동을 제약받기보다 다양한 사회적 모임을 통해 여러 형태로 사역을 펼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본지 5월8일자 A-22면

분명 필요한 건 사고방식의 변화다. 2세들의 목회 형태를 보면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과거 목회자가 되면 일평생을 목사로 살아가던 1세와 달리 2세들은 합리적 사고에 의해 움직인다. 이는 목회에 대한 인식이나 패러다임이 변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준 최(회계사) 목사는 "주중에는 회계사로 활동하면서 주말에는 미국교회에서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요즘 2세 중에는 '이중직업'을 가진 목회자가 많다"며 "게다가 미국교회에서 사역한다고 해서 한인 또는 한인사회 이슈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브 노 목사(변호사)는 "1세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2세들이 한인교회를 떠난다고 해서 정체성의 고민도 없이 한인사회와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여긴다"며 "하지만 그들이 한인사회에 속해 있지 않다고 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까지 부정하거나 소홀히 여기는 게 아니며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세 중심의 교회들이 2세들의 사역을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먼저 자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LA지역 한 교회에서 10년 전 영어권 예배를 개설하는데 참여했던 최익수 장로는 "2세들을 보면 일상에서는 인종이나 민족에 얽매이지 않고 이미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데 유독 한인 교회들은 울타리 안에서 한국 문화와 언어에 묶어두려 했던 게 있다"며 "게다가 한인교회가 타민족에 대한 다소 배타적인 자세 때문에 소위 이기적인 사역 성향을 보였고 2세들을 1세 사역의 부속품처럼 여긴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분명 반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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