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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배려 뒤섞인 '공개된 비밀장소'…미국 공공화장실의 사회학

[LA중앙일보] 발행 2018/06/11 미주판 0면 기사입력 2018/06/10 12:20

사적이면서 공적인 모순적 정체성
위ㆍ아래ㆍ문 틈 숭숭 뚫려 ‘허술’

정치적 입장 대변하는 ‘리트머스’
최근 노숙자 문제의 핵심 중 하나

두 다리가 훤히 다 보이는 미국 공공화장실은 외부인이 볼 때 '누가 사용하고 있다, 갑작스런 공격은 없겠구나’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연출된 장면.

두 다리가 훤히 다 보이는 미국 공공화장실은 외부인이 볼 때 '누가 사용하고 있다, 갑작스런 공격은 없겠구나’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연출된 장면.

성 중립 화장실 표지판.

성 중립 화장실 표지판.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인간 사이에서만 인간이다. 인간의 본질은 심오하고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 ‘멋진 본질’은 실존 앞에 맥없이 무너진다. 인간은 먹어야 하고, ‘내보내야’ 한다. 먹는 거야 며칠 안 먹어도 산다. 배설은 그럴 수 없다. 지금은 집집마다 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집을 나서는 순간, 마지막 비상구는 공공화장실이다. 공공화장실은 그 개념과 설치 방법, 에티켓 등에서 지역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요즘 ▶성 중립(남녀 공용) ▶스타벅스 인종차별 ▶노숙자 문제 등 화장실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미국 화장실의 내부를 들여다 봤다.

# 미국 화장실

프라이버시의 나라 미국에서 공공화장실은 의외로 ‘빈틈’ 투성이다. 위ㆍ아래ㆍ문 틈ㆍ벽 틈이 숭숭 뚫려 있어 외부에서 마음먹고 들여다보려면 다 볼 수 있을 정도다. 빈틈없이 꽉 짜인 한국 화장실을 이용하다 미국에 오면 넓은 틈으로 인해 ‘불안해서’ 용변을 못 볼 정도다.

원래 공공화장실은 개인의 매우 사적인 장소이면서, 모든 사람에게 오픈 된 모순적 장소다. 하지만 미국 공공화장실은 밀폐돼야 하는 사적 공간마저 너무 틈이 크다. 일단 문 아래 틈으로 좌변기에 앉은 사용자의 다리가 훤히 드러난다. 작은 아이가 쑥 들어올 정도다. 문 높이도 낮아 키 큰 사람이 발꿈치만 들면 안을 들여다 볼 정도다. 또 문과 문틀 사이로 오가는 사람이 보인다.

도대체 왜!

빈틈으로 밖의 상황을 볼 수 있는 화장실 구조는 역으로 내부 사용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사적인’ 용도나 ‘반 공공적’ 행동을 못하게 하다. 김상진 기자

빈틈으로 밖의 상황을 볼 수 있는 화장실 구조는 역으로 내부 사용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사적인’ 용도나 ‘반 공공적’ 행동을 못하게 하다. 김상진 기자

‘판옵티콘(Panopticon:모두가 다 지켜본다)’ 효과 때문이다. 판옵티콘은 원형 감시시설. 바깥으로 원주를 따라서 감방이 있고 중앙에는 감시탑이 있다. 신체의 일부가 확연히 드러나는 화장실 구조는 ‘누가 있구나’, 사용자의 존재가 쉽게 파악된다. 공공화장실에 들어선 사람은 어두운 그곳에서 누군가의 무릎이 접혀진 발을 보면 ‘적어도 갑작스런 공격은 없겠다’라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안에 있는 사용자는 타인의 시선에 노출돼 있다는 ‘가시성’으로 인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 따라서 공적 공간을 ‘지나치게 사적인’ 용도나 ‘반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면 밖에서 노크할 필요가 없다. ‘똑똑’ 한국에서 화장실 예의를 배운 우리로서는 깜짝 놀랄 이야기지만, 사실 그 노크 소리는 배변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미국인은 집에서도 빈 화장실을 조금 열어둔다. 방문객이 문을 두드리거나 기척을 살피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극단으로 가면 아예 화장실 문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주로 산간ㆍ해변의 여행지에서 볼 수 있다. 한적한 곳이기 때문에 화장실 내ㆍ외부의 상황을 사용자나 외부자가 바로 알게 해줘 안전을 도모하는 차원이다.

결국, 미국의 공공화장실은 ‘경계’와 ‘배려’가 묘하게 뒤섞인 ‘공개된 비밀장소’다.

# 캘리포니아 화장실

화장실은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성 중립(Gender Neutral)’ 화장실이 그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2017년 3월 1일부터 성 중립 화장실을 의무화했다. 사실상 ‘남녀 공용’ 화장실이다. 학교와 업무용 빌딩 또는 공공기관 건물 등 모든 1인용 공공화장실에는 성 중립 표지판을 달아야 한다.

진보 측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여성’인 성전환자의 경우, 여성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반대의 경우도 같다)고 주장했다. 화장실이 남녀로 나눠진 경우, 성전환자의 출입으로 인해 각종 혼란과 당사자가 모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성 중립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 측은 “도저히 이해ㆍ양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또 캘리포니아 법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실례가 지난 5월 15일 LA한인타운에서 벌어진 적도 있다. 버몬트와 6가 인근 데니스 식당을 찾은 재즈미나 사비드라는 여자 화장실에서 기다리던 중 한 남성이 나오자 “왜 여자 화장실을 쓰느냐. 사생활 침해다”라고 소리를 치며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그녀는 연방하원 44지구에 출마한 공화당 주자였다. 그러자 그 남성(후드를 입고 여성용 핸드백을 메고 있던)은 ‘트렌스젠더(성전환자)’라고 말하며 “당신이 내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한국서는 2016년 5월 새벽 1시 서울 강남역 근처 주점 건물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1시간을 숨어있다, 때마침 들어온 생면부지 20대 여성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이 강력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서울시는 화장실을 전수 조사하고 남녀 분리 화장실을 독려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이 ‘거꾸로 추세’인 것이다.

# 노숙자 화장실

최근 LA시가 노숙자 셸터를 한인타운 한복판에 지정하면서 한인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이 중에는 화장실 문제도 있다. 노숙자들이 비즈니스 업소에 들어와 무작정 화장실을 쓰면 영업 환경에 큰 문제라는 항변이다. 2년 전 취재한 19년 차 노숙 여성 라일라는 인터뷰 도중 비닐봉투와 신문지 그리고 생리대를 들고 쪼그려 앉는 민망한 장면을 보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타인의 시선은 안중에 없어야 살 수 있다.” 그녀는 구걸하는 이유 중 하나로 푼돈으로 커피 등 작은 물건을 사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LA시가 노숙자를 위한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 3개월 만에 폐쇄했다. LA타임스는 “노숙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기까지 예산 편성부터 10년이 걸렸지만 정작 3개월 후에 문을 닫았다”며 “이 시설이 노숙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화장실 흑백차별 문제로 시끄러웠던 스타벅스가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화장실을 전면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노숙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노숙자, 마약중독자가 매장에 넘쳐날 것을 우려하며 정작 음료를 산 고객들이 앉을 자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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