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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그리운' 소나기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소녀는 꽃묶음 자체였다. 개울가에서 놀던 소년과 소녀는 목덜미가 선뜩선뜩한 소나기가 내리자 수숫단 움막으로 피한다. (소녀를 안쪽에 앉혀놓고) 움막 앞에 나 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이 장면에서 시원한 소나기와 '쿰쿰한 냄새'가 동시에 느껴지곤 했다. 수줍은 '첫 사랑'의 냄새.

비가 그치자 개울은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 됐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혔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소녀는 소나기를 맞은 후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소녀는 앓았던 일이 있었는데 사망하게 된다.

무더위로 남가주 주민들이 생고생을 하고 있다. 10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죽을 맛'이다. 화씨 100도는 섭씨 37.7도. 게다가 미국, 캘리포니아, LA라는 선진국적 명칭에 걸맞지 않게 정전까지 잇따르고 있다. 폭염(暴炎) 한자에서 보듯 불이 불을 업고 있는 상태다.

폭염은 마치 투명 인간 같다. 신문에서는 각종 재해 발생시 반드시 현장 피해 사진이 들어간다. 태풍, 폭우, 화재, 지진 등등. 하지만 폭염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기자들이 기록적 폭염이 왔을 때, 매우 난감해 하는 이유다. 찍어야 하는데 막상 찍을 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폭염은 가장 큰 재해이기도 하다. 시각적 임팩트가 없어 그 위험도를 인식 못 하지만, 알게 모르게 사람과 동식물은 쓰러지고 있다.

폭염이 온 뒤에는, '쫙' 소나기가 쏟아져야 하는데…. 그립다.


김석하회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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