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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

최근, 프랑스는 스마트폰의 폐해에서 어린 학생들을 구하고자(?)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3-15세 사이, 초중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에 중독된 학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다. 당장,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을 때 시험점수가 올라간다는 보고(2015년 런던경제스쿨 조사)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강력한 바탕이 됐다.

법의 규제를 받게 된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학교에 가지고 갈 수는 있지만, 학교에서는 사용이 금지된다. 쉬는 시간에도 학교 운동장에서 이를 꺼내 사용할 수 없다. 위반시 학교가 파할 때까지 압수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교사의 허락을 얻어 사용할 수 있다. 일부 내용들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시행되고 있다.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쓴다는 것은 '반칙'임이 분명하다.

CNN 보도에 따르면, 하지만 학생들은 어떻게 교사의 눈과 귀를 피해 사용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최악'이라는 것은 스마트폰을 몇 시간 압수당하면 그만일 뿐이다.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몇 년 전 뉴욕에서도 시행됐던 일이다. 앞선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때였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셌다. 총기 사고가 많은 미국에서 자녀와 스마트폰 연락이 안 되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주장이 여론을 움직였다. 결국, 뉴욕시는 지난 2015년, 지금의 빌 더 블라지오 시장이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안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프랑스는 아마도 교내 총기사고가 없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폐해는 비단 어린 학생들에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성인사회에도 스마트폰의 잘못된 사용은 문제가 된다. 어색한 첫 만남의 순간, 많은 사람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비즈니스 미팅은 그래도 '양반'이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이끌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다. 날씨나 스포츠를 화제로 올려 상대의 반응을 끊임없이 끌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갑'과 '을'이 정해지지 않은 단순한 미팅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긴 탐색전을 펼친다. 대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상대가 민망할 정도로 길어진다. '왜, 만났나?'싶어진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가 쓴 '호모사피엔스'를 보면 인류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농업혁명을 꼽는다. 대략 1만여년 전에 시작한 농업혁명은 수렵채집시대의 불안정한 삶을 정착·안정·풍요란 이름으로 변모시켰다. 인류의 미래도 함께 진전할 것처럼 이해됐다. 그러나, 농업혁명의 변화는 인류를 또 다른 곤궁으로 몰아갔다는 게 하라리 교수의 해석이다.

식량 총량에는 수렵시대에 비할 데 없이 늘었지만 그만큼 사람 수도 늘면서 분배에 문제가 생겼다. 무엇보다 계급사회의 분화가 촉진됨으로써, 불평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런 악영향을 알게 됐을 때조차 사람들은 수렵시대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면서 수렵시대 삶의 패턴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한때, 기자도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 하루 종일 끼고 사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사용을 제한했고 급기야 해지하겠다며 압수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의 한마디를 듣는 순간 포기하고 말았다. "아빠, 스마트폰 없으면 수업에 참여할 수 없어요."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검색해 자료를 찾는 일이 있다고 했다. 공부하는 도구로, 그것도 수업시간에 써야 한다는 데 무슨 용기로 막을 것인가.

시대 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류의 발전 단계에서 벗어나 살기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 '맛'을 한 번 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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