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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렌트합니다"…생존형 임대광고 봇물

헌금 안 걷혀 렌트비 부담
'한 건물 두교회' 부쩍 늘어

LA서만 21개 교회 매물로
"교회 공간 활용 고민 필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지 못한 식당 등 리테일 업소들이 문을 닫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헌금 등이 줄자 교회 운영비 등을 마련하지 못한 교회들은 폐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시대적 트렌드로 떠오른 '공유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한 건물=한 교회' 개념은 깨진 지 오래다. 팬데믹 사태 속에 오늘날 기독교는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면엔 상생과 배려, 설움과 애환이 공존한다.

"교회 서브 리스(sub lease) 합니다."

LA한인타운내 J교회가 얼마 전 내건 예배당 임대 광고다.

단지 예배당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임대 광고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이 교회 관계자는 "월 렌트비가 3500 달러다. 팬데믹 이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렌트비를 감당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됐다"며 "일주일 내내 교회 공간을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건만 맞는다면 협의를 통해 다른 교회와 공간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팬데믹 기간 교회 공간을 공유해 조금이라도 렌트비를 절약해보려는 교회나, 예배당을 찾는 교회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라미라다 지역에서 30명 미만의 교회를 운영해온 김모 목사는 "팬데믹 때문에 교인들이 모이지 못하다 보니 공간을 빌려쓰던 교회에서 나온 상태"라며 "상황이 나아지면 다른 장소를 찾아 들어가려고 하는데 헌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니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회 렌트는 보통 50~100석 기준으로, 한 달 렌트비는 2000달러~5000달러까지 다양하다.

존 서 부동산 에이전트는 "특히 요즘은 팬데믹 때문에 교회들이 힘든 상황이라 서브리스 광고는 물론이고 종교 관련 시설이 매물로 많이 나온다"며 "교회는 운영 장비나 주방이 필요한 식당과 달리 장소 공유가 가능하고 사용 시간만 협의하면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기에 렌트 광고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미주 지역 부동산 매매 사이트 등을 살펴보면 '교회 렌트함' '예배 처소 구함' '함께 예배당 사용할 교회 찾음' 등의 광고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애너하임 지역 서용훈 목사는 "팬데믹 사태 가운데 교인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교회 공간에 대한 개념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 교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며 "일요일이나 주중에 일부 교회 행사 등을 제외하면 예배당 공간은 거의 무용하기 때문에 서브리스를 통해서라도 공간을 공유하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팬데믹에 따른 온라인 예배로 헌금이 감소하고 오프라인 교회의 역할, 중요성 등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최근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그룹에 따르면 팬데믹이 지나면 미국 내 교회 5개 중 1개는 문을 닫을 것이다. 그만큼 팬데믹 여파는 교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곧 교회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상업용 부동산 리스팅 정보 업체 루프넷에 따르면 현재(19일 기준) LA지역에서만 21개의 종교 관련 시설이 매물로 나와있다.

LA지역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일반 업소들도 팬데믹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점하는데 신도들의 기부(헌금)로만 유지되는 종교 기관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요즘 노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교회중에는 부동산 시세가 나쁘지 않아 팬데믹을 계기로 아예 건물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꼭 모든 조건이 맞는 건 아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예배 공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활발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슬픈 현실도 존재한다.

3년 전 개척을 한 정한철 목사(43)는 "겨우 렌트를 구했는데 얼마 후 임대를 준 교회가 렌트비를 계속 올려 어쩔 수 없이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던 경험도 있고 고생이 많았다"며 "특히 요즘 소형 교회 목회자들이 사례비는 둘째치고 렌트비 때문에 고민이 많을 텐데 이런 팬데믹 시기에 '을'의 입장에서 생존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미자립교회는 경쟁보다 '생존'이 먼저다.

LA예수로교회 박세헌 목사(개척 11년차)는 "사무실, 지하실, 병원 로비 등에서 예배를 드린 적도 있다"며 "예배실로 사용하던 한 학원에서 상수도 파이프가 터져서 급히 중국 식당에 방을 빌려 그곳에서 예배를 드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에는 생존을 화두로 빌려주고, 빌려쓰는 교회들이 많을 수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계약 서류를 꼼꼼하게 챙길 것"을 당부했다.

마크 김 부동산 에이전트는 "두 교회가 한 장소를 같이 쓰다 보면 예배 시간은 물론이고 음향 장비, 주방 시설, 주차장 사용 여부 등에서 갈등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며 "두 교회간의 분쟁이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두가 아닌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 서류를 꼼꼼하게 작성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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