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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헬로'가 뒤바꿔 놓은 세상

"교환원 언니, 천국과 연결해 주세요/ 엄마가 거기 있다는데/ 천사들과 함께 황금 계단에 앉아 있데요/ 내가 전화했다는 걸 알면 퍽 기뻐하실 걸요/ 전화를 걸어줘요, 그래 줄 수 있지요?/ 엄마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이곳에서 우린 너무 외롭다고."

노래 제목은 '헬로 센트럴, 천국과 연결해줘요(Hello Central, Give Me Heaven)'다. 나온 지 백 년도 훨씬 넘는 그야말로 '올디' 중의 '올디'다. 그런데도 매년 이맘때쯤이면 가끔 전파를 탄다. 노랫말은 물론 멜로디조차 애잔해 듣다 보면 가슴 한 켠이 찡해 온다.

'헬로 센트럴'은 전화교환원을 일컫는다. 예전엔 교환수가 대부분 여성들이어서 '헬로 걸'이라고 불렀다. 센트럴은 중앙전화국쯤이 되겠다. 천국까지는 너무 먼 탓에 센트럴을 찾았던 것 같다.

노래의 실제 주인공은 여섯 살짜리 소녀. 세상을 떠난 엄마가 보고 싶고 또 아빠가 늘 풀이 죽어있어 천국에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던 것. 신문에 이 소녀의 딱한 사연이 실리자 당시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였다. 어린 소녀 수준으로 노랫말을 지었으니 그 감동이 오죽했으랴.



마침 생스기빙데이가 가까워 '헬로 센트럴'은 여성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노래가 담긴 레코드가 백만 장 넘게 팔렸다니 그 인기를 가늠할 만할 터. 그때만 해도 생소하게 들렸던 '헬로'가 노래가 히트하자 대박을 쳤다. 일상의 단어로 자리를 잡은 것. 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이어서 '헬로'는 빠르게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전화기는 누구나 아는 대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작품이다. "왓슨, 내 말 들리나." 자신의 조수 토머스 왓슨과 뉴욕-샌프란시스코 대륙횡단 전화통화를 하며 흥분해서 건넨 말이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명언이다.

전화를 만든 벨은 인사말이 필요했다. 논의 끝에 내놓은 게 '어호이(ahoy)'. 뱃사람들끼리 주고받던 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호이'가 어떻게 '헬로'로 바뀌었을까. 이때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등장한다. 그는 전화가 기업의 생태계를 뒤바꿔 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호이'가 맘에 들 리 없었다. '헬로'가 탄생한 배경이다.

'언어의 연금술사' 마크 트웨인마저 '헬로'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긍정과 혁신을 담아냈다"며 찬사를 쏟아낸 것. 단어 자체가 한편의 연설 만큼이나 깊이와 무게가 느껴진다는 헬로 찬미론까지 나왔다.

벨과 에디슨. 둘은 나이도 동갑이어서 경쟁 또한 치열했다. '가방끈'은 그러나 벨이 훨씬 길었다. 대학교수까지 지냈으니 '독학' 에디슨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에디슨은 그러나 언어 창조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헬로'는 이후 쓰임새가 넓어졌다. 굿모닝,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등 복잡한 인사말도 '헬로' 하나면 충분하지 않는가.

"헬로, 저에요/ 시간이 모든 걸 치유해 준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하네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헬로/ 당신에게 이 말을 하려고 천 번 넘게 전화했어요/ 당신께 상처 줘서 미안하다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아델의 메가 히트송 역시 '헬로'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헬로'는 발매와 동시에 세계 팝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다음 주는 미국의 최대 명절인 생스기빙데이다. 아델의 노래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를, 멀리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겐 전화로나마 '헬로'를 전해보자. 따뜻한 마음씨가 전해져 서로 심쿵하지 않을까. 천국에 있는 분들에게도 '헬로'를 잊지 말자.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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