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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망각과 기억 사이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거주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와의 연속성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한 결과가 현재이며, 현재의 일들에 대한 결과가 내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그 바탕 위에서 현재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 인과 관계에 대한 이해는 나의 현재가 어떠한 미래를 가져다 줄지 예상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거를 잊는다는 말은 미래 지향적이란 말과는 다르다.

나의 현재에 의미를 주고 나의 미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나의 지난 날들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는 지난 날들을 잘 기억해야만 한다. 나의 살아가는 날들에 의미를 주는 것은 내게 있었던 날들이며 그 동안 내가 지어왔던 업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므로 지난 날 있었던 일들은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고 기대 할 수 있는 단초가 되어 줄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할 때 나의 현재와 미래는 텅 빈 것이 될 수 있으며 의미를 상실하거나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은 미래 지향적이기보다 과거 지향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장래 계획.희망.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얼마나 잘 나갔는지,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를 회상하는 데서 멈추고 늘 과거만을 화제로 꺼내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잊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부풀려서 말하는 경향도 커지는 것 같다.

그런 경우라면 그 사람의 시계는 과거에 멈추어 늘 과거를 살 뿐이지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와 미래를 충실히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를 통째로 잊는다면 과거를 망각하게 되는 일일 것이다. 과거를 망각한 사람에게 현재 역시 빈 것이 되거나 얄팍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늘이 수면위로 떠 오른 것은 그 밑에 가라 앉아 있는 지나간 시간들 때문이다. 과거의 그 피나는 노고들과 간절했던 소망들의 합이 오늘이므로 오늘 하루의 의미를 이해하고 가치를 감사하기 위해서는 오늘이 있기까지 지난 날들을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다.

계절이 쓸쓸한 늦가을을 향하고 있다. 여기에 닿기 전 화려했던 가을 날과 그 전의 무더운 여름을 기억할 것이다. 지난 봄날의 새싹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와 경건함으로 오늘을 맞고 겨울을 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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