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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들에게 쓰는 편지

박향숙 / 수필가

이른 새벽 5시, 푸에르토리코 의료팀으로 너를 보냈다.

어제 너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2주 후에 돌아와 만날 때는 너와 한걸음 가까워져 있을 수 있도록 엄마도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보련다.

미국과 한국, 너무나도 다른 문화의 차이, 생각의 차이에 엄마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네가 틴에이저였을 때 심리적 갈등이 컸다는 이야기는 엄마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너에게 부모와 말 못하는 갈등이 내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중에 우리보다 좀 쉽게 살고 사랑하는 예쁜 아내도 만나고 알토란 같은 아기들도 낳으며 잘 먹고 잘 살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다. 한국에서 자라난 엄마는 그것이 지상 목표였고 미국 땅에서 너희가 겪는 다른 고민이 있다고는 생각 못 했다.



미국에 와서 아빠와 엄마는 가진 것이 없어 둘이 열심히 일만 했다. 너희가 철들었을 때 너희에게 공부하기 부족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우리에겐 그것이 전부였다 그때는… 얼마나 힘들던지 힘든 일을 안 해본 엄마는 때로는 도망을 칠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다.

뒤돌아보니 너희들이 자라나고 훨씬 안정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살게 되었을 때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려면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야 한다고 무어든 열심히 하라고 열심히를 입에 달고 살았구나.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살았던 네가 학교에 가면 미국 사람으로, 집에 오면 한국 사람으로 변신을 하며 살아야 하는 고통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부족한 엄마는…

미국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 사이에서 가슴앓이를 하며 무엇이든 잘 해내려 힘겨운 사투를 벌였을 너에게 "넌 공부만 하면 되는 좋은 환경에서 사는데 공부 잘 하는 것은 당연 하지 않겠냐"고 큰소리 치며 밥 잘 먹이고 옷 잘 입히는 것으로 부모 역할이 다 인줄 알았던 엄마는 너에게 미안해서 "아들아, 얼마나 힘들었니?"하고 말 할 수도 없는 미련한 엄마였구나.

자식은 부모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부모 밑에서 스스로 독립하려 애쓰며 자신의 인생을 온전한 자신의 생각과 노력으로 잘 이루려는 널 이해 못하고 우린 우리대로 탄탄대로를 마다하고 어려운 협곡으로 들어서려는 너에게 섭섭한 마음을 감추고 때로는 자식 잘 못 키운 거 아닌가 자책도 했는데, 오늘에서야 우리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게 됐구나.

이해도 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말끝마다 부모의 권위만 내세우며 "한국에서는~"하고 가르치려만 했으니 얼마나 벽을 바라보는 절망을 안았겠니! 우린 우리의 생각까지도 바꿀 수 없었다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버터 바른 빵과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고 입가심으로 김치를 찾는 이율배반 적인 삶이 우리 이민 1세대구나. 네가 느꼈을 괴리감을 나도 가슴 아프게 느낀다. 이제서야~

아들아, 백인들과 적어도 편견 없이 평가 받으려 혼자서 더 많은 노력을 했을 네게 이제야 수고 했다고 말한다. 부모가 제공한 좋은 환경에서 이루어낸 너의 성공은 온전히 부모 덕이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을 아들아, 부끄럽게 고백한다. 네 나이 33살, 미국에서 태어나 멋지게 성공했다. 엄마가 너의 세상의 전부였을 때부터 완전한 독립을 한 지금까지 너는 너의 세계를 만들어 갔고 네가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심한 갈등과 보이지 않는 편견 속에서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 영향력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너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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