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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노 젓는 뱃사공

안성남 / 수필가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 몇 개의 단어가 주는 특별한 느낌을 받아 애절한 감동을 물결치게 하며 가보지 못한 두만강의 푸른 물결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가슴을 적시며 듣던 뱃사공의 노래 속에 실린 나라 잃고 막막해 하던 그때의 심정을 다음 세대인 우리가 얼마나 같이 느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얼마간은 비슷한 감회를 갖고 있다고 믿어진다.

어느 시대에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불려지는 노래들이 있다. 어떤 것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다. 여수 밤 바다를 그려낸 노래는 개인적으로 그 단어의 느낌으로 그만 이다. 아직 여수 밤 바다를 가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더불어 엮여진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광화문에서의 사랑을 노래한 것도 있다. 광화문 아이들 이었던 이들에게는 이 노래의 분위기에 더 많이 공감하며 즐겨 듣게 된다. 언덕 밑 작은 교회로 덕수궁 돌 담 길로 학사주점 옆으로 비틀거리던 많은 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네거리에 있던 영화관의 커다란 그림 간판과 그 앞에 불 밝히던 파출소까지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 할 것이 많은 까닭이다. 그 때 함께 그 거리를 왔다 갔다 하던 옛적 친구들과 같이 하면 더욱 그렇다.

노를 젓는 나룻배를 타보지 못한 사람은 뱃사공의 노 젓던 팔뚝과 그 때 들리던 숨소리를 되살려 볼 수 없다. 앞 뒤로 젓는 서구식 노 젓기가 아니라 손잡이 달린 기다란 노를 배 끝에 달고 좌우로 저으며 나아가는 나룻배의 흔들림과 강물의 부딪침이 기억 속에 없다. 노를 젓던 그저 그렇게 생긴 강변 아저씨의 얼굴과 투박한 손에서 산과 강이 많은 땅에서 살아내던 삶을 그려내보면 이제는 도시에서 다리 건너며 살고 있지만 문득 우리 속의 어느 깊은 곳에 따스하게 자리 잡은 고향의 봄 같은 노래가 있음을 알게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로 옮겨와 살면서 아이들이 아메리카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라난 까닭에 그들과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어졌다. 잘 만들어진 이곳의 놀이공원 유적지와 자연 환경 등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것들이지만 우리 역시 처음 대하는 것들이어서 그것에 담긴 조금 색 바랜 사진 같은 이야기는 나올 수가 없다. 광화문이었으면, 지리산 정상이었으면, 다도해 바다 위였으면 그곳의 많은 이야기들과 나의 이야기와 아이들이 만들어 갈 앞으로의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지며 오래 함께 할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을 것이지만 그럴 기회가 허락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온 소식으로는 같은 공간에서 한국식으로 사는 자녀들과도 소통과 공감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전혀 다른 방식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맞추어 가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곳에서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은 미국의 문화 아래 만들어진 제도와 풍습, 학교와 놀이 속에서 생활하며 생각을 만들어 간다. 그들과 높이를 맞추기 위하여 우리들도 열심히 미국 식과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무엇인가 허전하다. 우리의 노란 바나나 껍질과 그들의 하얀 바나나 속살이 자꾸 떠오른다. 철 지난 뱃사공 사연과 반짝거리는 맨해튼 불빛이 어울리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틈새를 밀고 들어온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여러가지 징표와 우리 또한 그들을 향한 사랑이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포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서로 다른 매일매일을 지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사랑으로 겹쳐지는 무엇이 있어 한 가족이 되고 우리 가족이 되고 하나가 되는 좋은 그림을 보게 된다. 마치 속 깊은 그곳에 고향의 봄 노래를 저절로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두만강 푸른 물에 뱃사공은 몰라도 미국 생활이라는 거친 파도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이 용감한 한국 뱃사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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