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솔론의 혁명은 기적-윌 듀란트의 문명이야기를 읽고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그리스 아테네의 솔론은 그리스인들이 7인의 현자 중 한 명으로 기리는 인물이다. 시인이자 정치가이며 지혜로운 이였다. 솔론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만난다면 매우 매력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솔론은 평화로운 혁명으로 아테네를 변화시켰다. 그래서 사람들은 솔론의 혁명을 칭찬하고 기린다. 솔론의 혁명은 지금 여기에도 깊은 생각과 희망을 준다.

솔론은 개인이든 국가에 대해서든 모든 채무를 말소시켰다. 요즘에도 채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빚 탕감이나 죄의 사면은 선인가 악인가? 이런 행위는 도덕불감증을 유발하는가? 어떤 경우에는 자꾸 무상이라고 하면서 빚을 안기기도 한다. 청년에게, 다(多)자녀 가정에게 주는 복지는 은혜인가 아니면 빚인가? 단순히 인기 영합주의인가? 나는 종종 빚이 누구의 죄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왜 빚을 진 사람보다 빌려 준 사람이 나쁜 경우가 많을까? 채무의 탕감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깊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아테네에서는 채무의 말소가 정변(政變)의 위기에서 아테네를 구했다고 이야기한다.

솔론의 법은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 동일한 제재와 처벌을 받게했다. 그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아니, 지금도 혁명적인 일일 수 있다. 지금 여기도 부자와 가난한 이가 똑같이 벌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다. 벌보다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다. 내 잘못에 벌을 받는 것은 억울하지 않을 수 있으나 똑같은 잘못에 내 벌이 무거운 것은 참을 수 없다. 분노가 사라진 사회는 평화롭다.

솔론은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이 아테네에 영구히 정착하려는 경우에 시민권을 개방했다.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조치이기는 하나 외국인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요즘의 국제화를 앞서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되 차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 외국인이 많아졌지만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솔론의 법에는 지금 보기에는 재미있는 법도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게으른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범죄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 주변에 범죄자가 넘쳐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게으른 정도로 따지면 무기징역을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의식이나 값비싼 제사도 제한했다. 우리의 경우 차례는 차로 제사 지내는 간소한 것임에도 제물이 정성인 양 취급되기도 한다. 제사는 기억이고 그리움이고 다짐이어야 한다.

전사자(戰死者)의 아들은 정부 비용으로 양육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법도 있었다. 독립유공자의 자녀나 순국선열의 자녀들이 최소한 먹고 배움에 설움이 없어야 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은 이런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생겨난다. 솔론은 이러한 법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 두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목적 중에는 사람들이 보게 하려 함이 있었다. 몇 명만 알고 볼 수 있다면 공정하기 어렵다. 모두가 알고, 지켜보고, 실천하는 중에 세상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솔론은 22년간의 직무를 마치고 평생 절대 권력자가 되어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자리에서 내려온다. 그러고는 '나는 늙어가면서도 항상 공부한다는' 말을 남기고 이집트와 동방에 역사와 사상을 공부하러 떠난다. 권력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권력보다 값진 삶을 보여준 솔론은 지금 여기에도 여전히 교훈을 준다. 솔론은 급진주의자나 보수주의자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아테네를 발전시키는 물질적, 정신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양비론자(兩非論者), 극단주의자, 회색주의자 등이 평화나 조화보다는 전쟁이나 갈등을 조장하는 지금, 깊은 생각과 실천의 고민을 안겨준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