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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이라 양수검사 걱정? 요즘엔 혈액으로 확인

김민아 교수의 건강 비타민

산모 네 명 중 한 명이 35세 이상
나이보다 생활습관·마음가짐 중요
임신 전 금연·금주, 적절한 체중 조절
산전관리 잘하면 건강한 아이 낳아


최윤정(40·여·서울 용산구)씨는 3년 전 37세에 첫아이를 낳았다. 고령 임신 기준인 만 35세를 넘긴 때였다. 전문직 종사자인 최씨는 일에 쫓겨 30대 중반에 결혼해 출산도 늦어졌다. 최씨는 "늦은 나이에 임신한 사람이 주변에 없어 조금 두려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걱정과 달리 임신 기간 중 별 탈이 없었다. 진료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때 산전 검사를 했고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분만으로 체중 3.5㎏의 건강한 아들을 낳았고 아들은 잘 자라고 있다. 석 달 전에는 다시 자연분만으로 둘째를 출산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60~70대조차 고령(高齡)으로 불리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만 35세 이상을 공식적으로 고령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고령 임신이다.



고령 임신은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고위험 임신'에 속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고위험 임신으로 인한 산전 검사 지원 대상자를 ▶지나치게 저체중이거나 과체중일 때 ▶자궁외임신·유산·사산 경험이 있을 때 ▶자궁 질환을 앓은 적이 있거나 ▶조산 경험이 있거나 ▶만성고혈압·당뇨병·심장병·갑상샘질환·간질환·신장병 등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여성은 난소에 200여만 개의 난소 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세포가 자라 난자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 세포의 노화로 임신 가능성이 떨어진다. 여성의 임신 능력은 20대 중반에 가장 높고 만 35세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한다.

만 35세 이상이면 임신 전부터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나 자궁·난소 질환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 또 조산,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병, 저체중아 출산, 선천성 기형과 염색체 이상아 출산 등의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모든 고령 임신이 위험한 건 아니다. 최근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고위험 임신부의 건강이 잘 관리되면서 35세가 넘어도 안전하게 분만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됐다. 고령 임신이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철저히 관리하면 건강한 임신·출산이 충분히 가능하다. 나이가 중요하긴 해도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기형아 선별 검사 방법이 주요한 배경이다. 과거에는 만 35세 이상 임신부에겐 '태아 염색체에 이상이 없는지를 알아보는 양수 검사를 하라'고 권했다. 바늘로 자궁 안을 찔러 양수를 채취해 세포 배양을 거쳐 검사한다.

양수 검사는 조기 양막 파수, 조기 진통, 감염, 출혈 같은 부작용으로 유산할 우려가 있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만 35세 이상 임신부가 양수 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요즘은 이런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임신부의 혈액 속에 있는 유전자(DNA)를 이용한 산전 검사(NIPT)가 개발된 덕분이다. 바늘로 자궁 안을 찌르지 않고 산모의 혈액에 존재하는 태아의 DNA를 검사해 기형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다운증후군·에드워드증후군·파타우증후군 등 여러 염색체 기형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부터 미국·중국 등에서 시행됐는데 현재는 국내 병원에서도 활발히 한다.

양수 검사는 만 40세 미만 임신부일 때 여러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왔거나 과거에 기형아를 출산한 가족력·병력이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받게 한다. 단순히 35세 이상이라서 추가적으로 받는 검사는 없다.

고령이라고 해서 자연분만을 하기 힘든 것도 아니다. 자연분만 성공 여부는 산모의 골반과 태아의 크기에 좌우된다. 나이와는 별로 관계없다. 35세 이상이더라도 아무 질환이 없는 경우 기본적인 산전 관리만 철저히 받으면 젊은 엄마처럼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다. 고혈압·당뇨 같은 내과 질환이나 자궁·난소 질환이 있으면 중점적으로 관리하면서 임신·출산 계획을 세우면 된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으면 임신성 고혈압(임신 중독증)이 올 확률이 높으므로 추적 관리를 한다. 자궁에 혹이 있는 자궁근종이면 수술로 혹을 뗀 뒤 임신할지 여부를 주치의와 상담해 계획하면 된다.

고령 산모한테서 태어난 아이의 건강이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국제역학저널'에 고령 임신의 문제점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영국에서 1958년(1만969명), 70년(9362명), 2000~2002년(1만1600명) 출산한 산모를 두 연령군(25~29세, 35~39세)으로 나눠 아이가 10~11세가 됐을 때 인지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58년, 70년에 고령 임신부(35~39세)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젊은 임신부(25~29세)의 아이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2000~2002년의 경우 35~39세 고령 산모 아이의 인지 능력이 더 뛰어났다.

연구팀은 "58년, 70년 당시의 고령 임신부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했다. 2000년대는 고령 임신부의 교육 수준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 아이 인지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이들은 본인 건강 관리는 물론 산전 관리에 더 신경 쓰고 모유 수유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요소들이 아이의 인지 능력 발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고등학교 교사인 이귀숙(37)씨는 지난달 3.14㎏의 아이를 자연분만했다. 이씨는 "고령 임신이라 아이가 건강할지 마음이 불안했다. 다행히 별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 건강을 위해 임신 기간에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또 걷기 운동을 많이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나이 어린 산모한테서 "나이가 있어 감정 조절이 잘돼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데 나이도 영향을 주겠지만 생활 습관이나 마음가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초산 연령은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첫째를 출산한 산모의 평균 나이는 31.4세였다. 93년의 26.2세보다 5.2세 높아졌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 연령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 산모는 2005년 10.6%에서 2015년 23.9%로 늘었다.

임신 전에 금연·금주, 적절한 체중 조절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임신 후에는 영양 관리를 하고 산전 검사를 철저하게 받으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다.

30대 후반이라도 건강 관리를 잘해 20대 못지않은 체력을 가진 임신부도 적지 않다. 고혈압이 있으면 식단 관리를 하고 비만 상태에서 임신을 했다면 더 찌지 않게 체중을 조절하면 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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