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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봄은 빈 만큼 채워주나니

금년은 철 지난 늦은 겨울비로 봄이 오는 문턱에서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다. 비 온 뒤의 산과 들녘은 자연의 경이로운 생동감이 예년과 달리 더욱 화려하다. 뒷마당에서 멀리 보이는 산은 엷은 아지랑이 속에 초록색 싱그러움이 더욱 선명하며 새로 태어나는 대지는 생명력의 환희로 꽉 찬 느낌이다. 이른 아침부터 봄의 서막을 알리는 산비둘기들의 구성진 울음과 짝을 찾는 산새들의 교태스럽고 청아한 지저귐은 대지의 봄을 이렇게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 같다.

이런 화사한 봄날이 되면 어렸을 때 동구 밖 개울물에서 미역을 하며 가재와 물고기를 잡던 일이며 파란 하늘 위에 까맣게 높이 올라가 간드러지게 지저귀는 종달새의 울음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얼마 후에 겨울잠을 이기고 자라난 보리밭의 이랑 사이에 보금자리를 틀고 알을 낳기 위한 짝짓기 행동임을 그 후에야 알았다.

따스한 봄날이 되었는가 싶더니 이 층 처마 밑에는 산비둘기 한 쌍이 둥지를 틀었고 뒷마당 그늘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 놓은 테라스의 등나무 속에는 빨간 자주색 머리를 한 아름다운 한 쌍의 산새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난주에는 가드너가 집 주위에 무성하게 자란 담장의 나무를 손질하고 보니 엉성해진 나뭇가지 사이로 그동안 보이지도 않던, 미풍에도 하늘거리는 가지 끝에 조그마한 벌새 둥지가 나타났다. 이 새는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적고 꽃에서 꿀을 빨아 먹을 때는 큰 벌의 움직임과 같다고 하여 벌새라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벌새 집을 발견할 당시에 콩알보다 작은 하얗고 뽀얀 알이 하나 있었다.



보통 새가 알을 낳을 때는 암, 수 2개의 알을 낳는다는 평범한 상식이 있는데 어찌 한 알밖에 보이지 않을까. 이는 분명 가드너가 나뭇가지를 자를 때 한 알이 땅에 떨어졌으리라 생각하고 나무 밑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궁금하여 다음 날 가보니 놀랍게도 한 알이 더 생겨 한 쌍의 알이 새집에 들어 있었다. 아마 벌새가 두 번째 알을 낳는 산란의 순간에 나뭇가지 치기를 시작하여 산모(?)가 혼비백산 도망갔다가 나중에 와서 두 번째 알을 생산한 것 같았다. 너무 반갑고 안심이 되었다.

또한 날씨가 따뜻해지니 지난겨울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던 다람쥐가 매일 매일 찾아와 재롱을 피우며 뒷마당의 주인이 되니 세 쌍의 산새와 더불어 다섯 생명체가 한 가족이 되었다.

지난 세월 아이들 셋과 집사람과 다섯 식구가 살 때는 이 집이 크다기보다는 공간이 꽉 찬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고, 아직도 젊다고 생각했던 집사람이 본향으로 떠나간 이 공간은 황량한 빈 공간, 적막함 그 자체였다. 마치 우주 공간에 종착역 없이 떠다니는 유성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세 명의 자녀와 집사람을 대신하여 자연에서 돌아온 새 식구들. 세 쌍의 새들과 다람쥐, 떠난 가족 수만큼 보내주신 창조주께 감사드린다.


이영송 / 코리아타운 시니어 커뮤니티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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