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생활 속에서] 나의 바다 말리부비치

태평양을 길게 끼고 있는 캘리포니아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수없이 많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라구나비치, 부호들만 몰려 산다는 뉴포트 비치, 젊음과 낭만의 산타모니카비치 등. 이 많은 해변 중 나는 말리부 비치를 좋아한다.

101번 프리웨이를 서쪽 방향으로 가다가 말리부캐년에서 내려 좌측으로 가면 산타모니카 산맥이 앞을 가로 막는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루는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좁은 길을 달리다 보면 그 험한 지형이 마치 지리산 노고단을 연상케 한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이곳에서는 좀체 구경하기 힘든 계곡 물도 흐르고 바위산에는 험한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 가는 사막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느 순간 좁은 길이 끝나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태평양 바다가 눈앞에 확 다가온다. 오른쪽으로 페퍼다인대학의 아름다운 캠퍼스와 드넓은 잔디밭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닷가를 남북으로 달리는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에는 이른 시간에도 양 방향 모두 윈드 서퍼들의 차로 붐벼 대로변에는 주차가 쉽지 않다. 늘씬한 미녀들은 서핑보드를 끼고 해변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바다 안개가 걷히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드는 파란 바닷물, 오늘 저 서퍼들은 더 많은 파도와 더 높은 파도를 즐기며 기쁨의 환성을 올리리라.



바닷가에서 산책하다 시장기를 느끼면 먹거리를 찾게 된다. 말리부피어에는 멋있는 카페가 있고 해변가에는 전망이 탁 트인 고급 레스토랑도 있다. 청춘 남녀는 물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오는 중년과 세월의 연륜이 쌓인 노년들도 즐겨 들르는 곳들이다. 나도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그곳에 들러 식사를 했는데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하니 축하의 뜻으로 맛과 모양이 고급스러운 케이크를 서비스 해주어 더 친근감을 느껴 간혹 들르고 있다.

5년 전, 오랜 친구가 시아버님의 병구완을 위해 5월 한 달 동안 미국 시댁에서 지냈다. 병 간호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태평양 바다를 보고 싶다는 친구를 데리고 말리부로 향했다. 말리부캐년을 드라이브할 때 "이제야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다"며 웃음짓던 친구를 보면서 기뻤다. 결혼식 증인이었던 그 친구와 해변가를 거닐다가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그 동안 살아 온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우리들. 집으로 오는 길에 말리부 산 언덕에 있는 빨간 지붕의 '세라 피정의 집'에 들러 잠시 묵상한 후 앞으론 서로 기도해주자며 함께 약속했던 추억도 있다. 저녁 바다가 보고 싶어 달려가면 언제나 고즈넉이 반겨주는 말리부비치.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바다가 있어 참 좋다.


쥴리 정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