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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하이킹의 묘미

파타고니아는 하이킹하는 묘미다. 사방을 둘러봐도 눈 덮인 산인데 여러 트레일러 중 어느 곳을 타고 올라가도 다른 경치가 눈앞에 놓여있다. 강줄기가 에메랄드 빛으로 자연의 빛깔이 이처럼 푸르고 고울까 생각해본다. 오늘은 험한 얼음 벽을 타고 올라가는 팀이 새벽에 떠났다. 가이드와 7명이 좀 가파른 트레일러를 올랐다. 산줄기에는 조그마한 연못도 있다. 이렇게 찬 물속에 물고기도 있고 풀도 자라고 있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메마른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있다. 뾰족뾰족한 가시가 달린 나무에 아주 예쁜 빛을 발산하고 있는 핑크 열매가 맺혀있다. 여기 사람들은 열매를 채취해서 잼을 만들거나 따서 먹는다고 한다. 달콤한 맛이 입에 착 들어붙는다.

이 높은 산에도 낮은 산에서 계절의 감각을 느끼듯이 높은 산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에 눈이 내려 산중턱부터는 눈이 쌓여있다. 눈을 밟았더니 눈이 구덩이에 쌓여 발목까지 덮어 버린다. 눈이 녹으면서 길이 미끄럽고 가끔씩 질퍽하여 발이 빠져 신발이 흙으로 뒤집어썼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갑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몇 분지나 다른 쪽에는 햇살이 비친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날씨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바람과 싸우면서 모자를 스카프로 묶고 옷을 여미며 한참을 걸어보면 땀방울이 이마에 맺힌다. 오늘은 새로운 연못을 발견했다. 바위가 구멍이 촘촘히 뚫려있다. 맨 윗부분을 손으로 잡으면 분리된다. 신기하다. 그런데 그 연못에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들풀도 물에 잠겨있고 푸른색이 아닌 조금은 더러운 강물같이 보인다. 산불로 죽은 나무들의 몸체가 바람에 시달려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다. 구멍이 뚫리고 그을린 자국에 회색으로 서있고 안쪽은 검게 타서 까만 색이다. 여기에 하얀 수염을 달고 있다. 이끼 같기도 한데 색깔이 다르다. 이끼도 나무와 같이 크고 나무와 같이 겨울나기를 한다. 옥수수수염보다는 작고 이끼 보다는 크다. 특이한 것은 살아있는 나무에 오렌지만한 하얀 공 같은 것이 달려있다. 고산에서 나는 버섯이다. 과일처럼 따서 먹는다고 한다. 나도 따서 먹었는데 근육질이 있는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촉감이 부드럽고 버섯 향기와 입안에서 느끼는 특이한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눈이 녹아 내리는 물줄기가 요란스럽다. 손을 넣어보니 찬 느낌이 오싹하다. 비수 철인데도 관광버스는 바쁘다. 많은 사람들을 트레일러 앞에 내려주고 돌아간다.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는 산속이다. 땀을 흘리면서 힘들다고 끙끙거려도 한 사람 쳐지지 않고 뒤따른다. 산 정상에서 360도 돌아봐도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산을 이쪽에서 아니면 저쪽에서 가까이 보기 위해 이곳 저곳을 헤매며 걸어본다. 그 넓은 산을 인간이 개발하여 인간에게 보여주는 자연의 이치를 터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파타고니아 여행은 자연과 함께하고 발로 밟아보고 맑은 공기와 설산에 매료되어 풍요로운 수확을 저장했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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