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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상] 승리를 뒤돌아봐야 하는 이유

작년 5월의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올랐다. 일전을 앞둔 밤이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영화 한 편을 틀었다. 특이하게도 농구에 대한 내용이었다. 시카고 불스, 보스턴 셀틱스, LA 레이커스가 등장했다. 이들의 3년 연속 우승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농구 영화를 본 축구 선수들은 결승전을 이겼다. 챔스 리그 3연패였다. 팀의 리더였던 루카 모드리치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우리도 쓰리-핏을 이뤘다. 그들처럼 역사를 썼다." 그들이란 물론 불스, 셀틱스, 레이커스를 말한다.

'쓰리-핏'(three-peat)은 NBA에서 유래된 말이다. 세번(three), 반복해서(repeat) 우승한다는 의미의 합성어다. 굳이 이런 단어가 생긴 이유가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달성하면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는다. 이른바 '왕조(dynasty)'의 상징인 셈이다.

얼마 전 NBA 파이널이 끝났다. 토론토 랩터스가 정상에 섰다. 창단 첫 우승이라는 의미가 남달랐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아닌가. 더욱이 스포츠에서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반대의 관점도 상당했다. 실패에 대한 얘기들이다.



패자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그들은 절대적인 전력으로 출발했다. 사상 최고 팀으로 꼽혔다. 주전 5명이 모두 올스타였다. 그야말로 초호화군단이었다. 멤버들 나이도 적당했다. 막 전성기로 접어드는 무렵이었다.

이미 명성은 자자했다. 2연패를 이룬 그들이었다. 팬들은 설렘이 가득했다. 레이커스(2000~2002년) 이후 17년만의 '쓰리-핏'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비극이었다. 2승 4패로 주저앉고 말았다. 원인은 명료했다. 연이은 부상 탓이다. 케빈 듀란트가 먼저 쓰러졌다. 뒤이어 클레이 톰슨도 이탈했다. 스테판 커리도 비슷했다. 탈구 증세가 괴롭혔다. 시리즈 내내 손가락 보호대를 찬 채 슛을 던져야 했다.

NBA 플레이오프는 악명 높다. 1라운드부터 파이널까지 4단계나 거친다. 족히 20게임은 더 뛴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이때 1게임은 다르다. 2~3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력적, 정신적 피로감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흔히 '마일리지'에 비유된다. 연이은 부상의 원인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론도 민감해진다. '너무 혼자만 잘 나가는 것 아냐?' 그런 반감과도 마주 서야 한다. 견제와 저항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그럼에도 '쓰리-핏'에 두번이나 도달한 팀이 있다.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 불스다. 1차는 1991~1993년, 2차는 1996~1998년이었다. 중간에 2년의 공백이 있다. 조던이 농구를 등지고, 잠시 외도(야구)하던 시기다. 이를 두고 한때 논쟁이 있었다. 조던이 떠나지 않았다면 7연패, 8연패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말들이었다.

그 소리에 코웃음 친 사람이 있다. "모르는 소리. 만약 조던이 계속했다면 두 번째 쓰리-핏은 없었을 거다. 2년간이라도 쉬었다가 돌아왔기 때문에 그나마도 가능했다." 정색의 주인공은 불스의 동료였던 스티브 커다. 연속 우승의 힘겨움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쓰리-핏에 실패한 워리어스의 감독이다.

어디 스포츠뿐이겠나. 우리 삶도 큰 차이 없다. 학업의 성취, 사업의 성공, 업무의 성과…. 물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거기엔 미래에 지불할 '비용'이 포함됐을 지 모른다. 늘 돌아보고, 살피는 헤아림이 필요할 것이다.


백종인 /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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