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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이라고 한인교회만 다녀야 하나"

이슈 기획: 한인 이민교회 이대로 좋은가
나뉘는 한인교회 <3>

한인 1세와 2세 사이에 언어, 문화, 가치관에서 괴리가 커지면서 '한인 교회'에 대한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남가주 지역 한 한인 교회의 예배 모습. [중앙포토]

한인 1세와 2세 사이에 언어, 문화, 가치관에서 괴리가 커지면서 '한인 교회'에 대한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남가주 지역 한 한인 교회의 예배 모습. [중앙포토]

2세들 "결혼도 타인종과 하는데…"
한인교회 역할 점점 명분 약해져
한때 1세와 2세 '한 지붕, 두 가족'
2세 끼리 분립 형태 변화가 대세


한인 교계는 세대적, 문화적으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이민 교회도 역할과 기능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한인 사회는 대부분 교회와 맞물린다. 이미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일컫는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란 용어가 화두가 된지 오래고 한인 1세와 2세 사이에는 언어, 문화, 가치관에서 괴리가 커지고 있다. 한인 교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1세 교회에 대한 존재 의미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인 교계는 분명 시대적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한인 사회는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갈리는 시점에 놓여있다. 이민 사회와 직결된 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민 교회는 이민 1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다. 1세대는 언어와 민족의 동질성을 토대로 삶의 반경이 정해졌다.



반면 한인 2세들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어보다 영어에 능숙하고 한인 사회에 국한되기보다 활동 영역이 주류 사회로까지 넓어졌다.

이제는 '코리안(korean)' 이라는 민족적 용어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확실히 달라졌다.

유헌성(UCLA 사회학) 연구원은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민사회가 형성됐고 그 안에서 사회적 활동을 이어나간 1세대와 달리 2세대가 자라난 사회적 토양은 완전히 개념 자체가 다르다"며 "이민 2~3세대에 '코리안-아메리칸'의 개념은 단지 뿌리를 정의하는 용어이지 삶의 영역이 결정되고 반드시 소속감을 가져야 할 민족 공동체적 개념으로까지는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대다수의 한인 교회는 1세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1세와 2세가 '한인'이라는 공통 분모만 갖고 모이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괴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동안 세대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한지붕 두 가족' 형태의 교회가 대안으로 떠올랐었다.

쉽게 말해, 한 교회 안에서 한어권(KM)과 영어권(EM)으로 회중을 분리한 뒤 영어가 편한 2세들이 독자적으로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교회 구조를 이원화시킨 것이다.

실제 나성영락교회, 남가주사랑의교회, ANC온누리교회 등 대다수의 1세권 교회가 영어권 예배를 따로 만드는가 하면 2세들에게 일부 교회 공간을 내주고 재정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양세대가 공존했다.

LA지역 한 교회에서 영어권 예배 개설에 참여했던 최익수 장로는 "이민사회가 과도기적 시기에 놓이면서 1세와 2세를 언어와 문화에 따라 구조적으로 이원화한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었다"며 "하지만, 교회의 이원화 운영은 일시적 대안은 될 수 있겠지만 한인 교회만의 역할과 기능을 유지하려면 10~20년 후를 바라볼 때 이원화 구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교회 또는 다인종 교회가 즐비한 상황에서 이미 미국 사회와 문화, 영어 등에 익숙한 2세들에게는 굳이 한인 교회에 출석해야하는 이유와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한인 2세 자넷 류(21ㆍLA)씨는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결혼을 비롯한 교회나 사회 모임에서까지 반드시 '한인'끼리 묶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족끼리도 부모는 한국어로 질문하고 자녀는 영어로 대답하는 사례가 많은데다 가치관에서도 세대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1세 중심의 한인 교회도 정체성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라대학 벤저민 신 교수(기독교사역&리더십)는 "오늘날 한인 교회들은 다음 세대를 붙잡기 위해 고심해야 하고 이는 실제 당면한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며 "더 이상 교회에 헌신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다음 세대를 두고 그들의 문화적 필요성까지 채워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대와 언어에 따른 교회내 이원화 구조도 결국 분립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LA지역 최대 한인교회인 나성영락교회의 사례를 하나의 좋은 모델로 손 꼽는다.

나성영락교회의 경우 영어 목회부를 설립, 지난 2001년 재정 운용과 인사 등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이어 지난 2003년 공동의회 절차를 거쳐 영어 목회부를 완전한 독립 교회(영락셀러브레이션처치)로 분리시켰다. 하지만, 나성영락교교회와 공간을 함께 사용하면서 20여 년 가까이 두 교회가 공존해오다 지난해 10월 영어권 교회가 '뉴스토리교회'로 간판을 바꾸고 자체 건물을 구하면서 비로소 완전히 분립에 성공했다.

물론 영어권 2세들 사이에서도 고민은 있다.

한인 2세 사역을 담당하는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2세들 사이에서도 영어권끼리 모였다 하지만 '코리안-아메리칸 교회' 자체로서의 존재적 명분을 고민한다"며 "주류 사회 속에서 소수 인종을 위한 교회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지 본질적인 답을 찾지 못하면 '코리안-아메리칸 교회' 자체도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세대로 분리되는 상황에서 1세권 교회의 용도 역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교인 스티브 최(49ㆍ가디나)씨는 "1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한다면서 건축을 하는 등 교회의 외형적 유산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며 "이미 기독 인구가 줄어 매각되는 교회도 많고, 교계 연령구조가 젊은층이 소수인 역삼각형 구조로 고착되고 있는데 나중에 1세대가 죽고 나면 그 건물의 용도가 과연 다음 세대에게도 효율적일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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