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시평] 위대한 발명품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발명품들이 여러 가지 있다. 바퀴, 전구, 종이, 활자, 등등. 그런데 비록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안전벨트를 꼽을 수 있다. 가격은 불과 20달러 정도이지만, 급박한 순간에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안전벨트에 관한 수많은 연구와 조사가 있는데, 안전벨트 미착용 시에 치사율이 12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있다.

자동차 앞 좌석 안전벨트 착용은 이제 거의 상식처럼 되어 버렸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시동을 걸면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잠기는 차를 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그게 너무 신기했었다. 당시에는 아직 안전벨트 착용이 일반적이 않아서 그런 옵션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동료의 차를 타고 점심을 위해서 식당으로 이동했던 적이 있었다. 나이가 꽤 지긋한 사람이었는데, 운전을 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고. 동승한 다른 동료가 지적을 해서 결국 벨트를 매게 되었다.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가끔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운전기사를 보곤 한다. 종일 몸을 묶고 있으려니 답답하기는 하겠지. 벨트를 매지 않았을 때 울리는 경고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벨트 없이 쇠붙이 모양의 장치만 끼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사소한 습관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렸는지 모른다. 인터넷의 발명도 중요하지만, 위대한 발명품 리스트에 단연코 안전벨트를 포함하고 싶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발명품은 바로 마스크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에서는 이미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해서 마스크가 거의 필수품처럼 되어 버렸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코로나라는 단어보다 더 관심을 받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발생 이후 꾸준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돌연 태도를 바꿨다. 마스크 착용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진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서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해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을 바꾸곤 한다. 모임에 늦은 사람에게 화를 내다가도, 그 사람의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던 사실을 알게 되면 측은지심이 생긴다. 지하철에서 엄청나게 소란스러운 아이들을 그저 방관하고 있는 어떤 엄마를 보면서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다가, 그 아이들이 방금 아버지의 장례식을 다녀오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내 자비심이 바다만큼 넓어진다.

대통령이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 태도를 바꿨는지 우리에게도 알려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만에 하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처럼 상황이 나빠지기 전까지는 아닌 척했다면, 그건 결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마스크 착용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억측이 무성했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강한 리더쉽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든지. 강제로 마스크를 쓰게 되면 마치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생각한다든지.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려 할 이유가 있는 정치인들에게 어쩌면 눈만 간신히 보이는 마스크 착용은 죽기보다 더 싫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태도가 서로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위험하지만 본인이 걸릴 가능성도 작아 보이고, 혹시 감염된다고 해도 사망할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가능성만 놓고 보면 일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고, 나는 면역력이 높고 건강해도 나를 통해서 감염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이것만큼 경제학의 원리를 잘 반영하는 정책도 없을 것이다. 1달러 남짓한 마스크가 단 한 명의 무고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목록에 마스크를 꼭 넣고 싶다.


하인혁 /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