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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농업서 꿈 찾고 유학 접었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7 08:00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⑮유학파 청년농사꾼 김선영


김선영(30)씨는 고교 시절,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 유학과 창업이라는 두 가지 꿈이 있던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외국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하지만 부모님의 만류와 주변 어른들의 조언에 따라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했어요.

논산육군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하는 동안에도 유학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제대하자마자 하루 4시간씩 자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유학자금을 모았어요. ‘굶어 죽더라도 호주에 가고 싶다’, ‘부모님 도움 없이 학업을 마치겠다’는 선영씨의 간절한 설득에 반대하던 부모님도 결국 유학을 허락했어요.

스물두 살 선영씨는 호주 브리즈번의 SBIT TAFE(Southbank Institute of Technology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에서 관광과 호텔경영을 전공하는 유학생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대학 같은 곳이죠. 아르바이트로 모은 자금은 비행기 티켓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해 그는 호주에서 무슨 일이든 해야 했습니다. 새벽에는 길거리 청소, 낮엔 레스토랑 서빙, 주말엔 인력거꾼까지 고단한 아르바이트 생활은 계속됐죠. 무조건 영어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독하게 공부했고, 영어 실력이 느는 만큼 일자리의 수준도 조금씩 업그레이드됐어요. 마지막 직장으로 5성급 호텔의 VIP만을 위한 레스토랑에서 일해 보기도 했죠.


농장에서 삼채를 돌보고 있는 김선영씨. 그는 호주 유학 시절 우연히 삼채를 알게 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청년 농사꾼이 됐다.

“힘들기도 했지만 외국에서의 생활이 좋았어요.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학벌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고 대우받는 풍토가 좋았죠. 돈 벌며 공부하느라 고생스럽긴 했지만 3년간의 호주 생활은 내 젊은 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당시 강의를 듣던 교수로부터 '농업이 미래 가장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어 농업과 관광을 접목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됩니다. 이 아이디어는 이후 '농가 레스토랑이 있는 힐링타운 조성'이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발전됐죠. 그는 우연한 기회에 미얀마가 원산지인 ‘삼채’라는 채소를 알게 됐고, 이를 사업모델로 하는 창업에 대한 열망도 키우게 됐어요.

호주 유학생활이 끝나면 중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던 선영씨는 당초 계획을 과감히 수정했습니다. 삼채에 꽂힌 이후 하루라도 빨리 창업하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 호주에 있을 수 없었어요. 2012년 12월 한국으로 돌아왔고 호주에서 힘들게 일하며 모아뒀던 3000만원은 창업 밑천이 됐죠. 호텔경영을 공부한 해외 유학파 청년이 한국에서 농사를 짓겠다니 모두가 말렸습니다.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지만 한번 결정한 일은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기는 성격 탓에 이후 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어요.


자신이 재배한 삼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선영씨.

사업계획서를 쓰고 열심히 발로 뛴 덕분에 2013년 충북 진천군 후계농업경영인(영농후계자)으로 선정됐고, 스물네 살 청년농사꾼의 창업 꿈에는 청신호가 켜졌어요. 2억원의 정부지원 자금으로 충북 진천에 땅을 매입하고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온종일 땅을 일구기 시작했죠. 국내에는 생소했던 건강채소 삼채를 제대로 알려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농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체력적으로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농업부터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AT농식품유통교육원에서 농산물 마케팅과정과 외식산업과정을 6개월 동안 수강했죠. 이때 많은 농업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친분을 쌓으며 우리나라 농업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당시 국내에서는 삼채가 약초인지 채소인지도 몰랐어요. 농사만 지어놓으면 판매는 그냥 되는 줄 알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많은 양의 삼채를 폐기처분하는 뼈아픈 경험도 해야 했습니다. 중간 도매상이나 농산물시장에 밭떼기로 넘기면 손쉽겠지만 그렇게 했다간 ‘창농’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 뻔했어요. 농장에 앉아서 기다린다고 채소가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걸 선영씨는 그때 몸소 깨달았습니다.

직접 뛰어다니면서 판로를 뚫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자 그는 소비자를 만나기 위한 방법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삼채에 대해 하루 한 개의 포스팅을 해나갔죠. 블로거 ‘삼채총각’이 유명세를 타면서 1일 방문자 수가 2000~3000명에 달하게 됐고 삼채 판매도 쑥쑥 늘었어요.


지난해 완공한 충북 진천의 공장. 이곳에서 삼채를 가공해 삼채 장아찌 등 절임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운 좋게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에 납품하게 되면서부터 삼채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됐어요. 케이블TV의 한 프로그램에 ‘억대농부’로 소개되면서 얼굴이 알려졌고, 방송 출연 이후 강의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중고생 대상으로는 청년 농업인을 주제로 한 강의를, 30~50대 귀농 희망자 대상으로는 성공적인 귀농 방법에 대해 강의했죠. 2016년 8월에는 자신의 창농 스토리를 엮은 책 『삼채총각 이야기』도 출간했습니다.

선영씨는 현재 '삼채나라 진천삼채 영농조합법인'과 '내추럴니즈 농업회사법인' 2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요. 충북 진천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한 달에 두어 번은 서울에서 강의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업무도 합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마케팅도, 부동산 경매도, 재무도 공부하고 있죠.


“지난해에는 공장을 짓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무사히 완공돼 1차 원물을 생산·유통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가공할 수 있게 됐죠. 이 공장에서 삼채 장아찌 등 절임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HACCP(식품안전관리 인증 체계) 인증까지 획득했습니다.”

청년농부 선영씨의 목표는 매출 10억원을 넘기는 것, 그리고 농업과 외식업을 접목한 전문기업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1만 평의 진천 농장을 100만 평으로 늘려 IT(정보기술)와 젊음이 녹아 있는 스마트한 농장,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아지트로 만들겠다는 꿈도 키우고 있어요. 도시인들이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힐링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꼭 안전하고 행복한 길은 아닙니다.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만이 절대적인 가치나 행복을 주진 않습니다. 청년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 수없이 많습니다. 스펙말고 에너지를 쌓으세요. 자신이 원하는 일에 신념이 있다면 해볼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행동하세요.”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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